이 책은 철학자 김진영이 남긴 산문과 시를 엮어낸 책이다. 작가는 암선고를 받은 이후 모든 일상이 셔터를 내린 것처럼 멈췄다고 했다. 그의 세계가 반 평 병상 위로 움츠러든 대신 그의 사색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었다. 그때문에 오히려 앞부분을 읽으면서 그의 감상에 공감하기 어려웠다. 고통이 그렇게 승화되는 것은 가식이라 느꼈다. 환자다움에 대한 선입견이었던 탓도 있었겠지만, 내 현실에 비해 '죽음에도 불구한' 저자의 관념은 너무나 지고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수정되었다. 그가 '애도일기'라 칭한 책은 투명 말기에 이르면 드문드문 이어진다. 그 여백엔 가늠할 수 없는 고통이 있었을 게다. 그 무거운 여백 뒤에도 저자는 성실하게 '자기다움'을 이야기한다. 그의 관념이 더듬었던 것은 끊겨 버린 일상이었고, 그건 자기 삶에 적절한 마침표에 대한 고민이었던 셈이다. 삶의 의지와 죽음의 수용이 '나 다움'에 대한 고민 속에서 만난다. 저자는 마지막 작가의 글에서 '이 책이 나와 비슷하거나 또 다른 방식으로 존재의 위기에 처한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성찰과 위안의 독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말했다.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에게 향한 말일듯 싶다. 생일이라고 귀한 책을 선물해준 반디에게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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