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제 사이트에서 만나 성매매하던 여자를 살해한 남자.
매스컴도 사람들도 모두 손가락질하는 이에게도 일말의 동정의 여지가 있을까? 매스컴을 선정적이라 욕하는 것이 아니라. 매스컴의 속성이, 대중의 공감대에 머물러야 하는 매스컴의 속성이 둘러친, 그 이상 깊이 들여다보지 못하게 하는 투명한 장벽, 이 소설은 그 장벽 너머의 이야기를 전한다.
요시다 슈이치는 살인범의 진심과 사정을 구구절절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그건 참 묘한 줄타기다. 개인의 속사정은 알 수없다는 불가지론이 아니라, '전할 수 없음' '전해지지 않음' '설명할 수 없음'의 한계를 담담히 마주한 이들의 의지를 담는다.
오해와 억측을 이기려 다른 서사를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 거기서 남을 위한 이야기는 사라지고, 오로지 자신과 자신이 사랑했던 이의 촉감, 온기가 남는다. 그것 외에는 우리가 믿을 것은 없다는 소박한 인정. 이해하려, 이해받으려 애쓰지 말 것. 그리고 삶을 시작할 것. 단단한 삶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