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책은 우리 직원이 쓴 <아무달 아무날> 제주 여신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여러 판본에 흩어져 있는 제주 설화 중에서 여성 신화를 골라 엮으면서 결을 맞췄다고 한다.
'감은장아기 이야기'에서는 복의 근원이면서도 인정받지 못했던 '은장 아기'의 이야기를 다룬다. 온달 이야기처럼 모지리 남편을 갑부로 만들어주기도 하고 자신을 쫓아낸 부모와 (심청이처럼) 재회하기도 하지만 처가 부모를 모시다 남편과 척을 진다.
'고신국 이야기'는 흡사 성경의 야곱의 이야기와 비슷하다. 차이가 있다면 여기서는 성경의 레아가 주인공이라는 점. 시작은 야곱에 해당하는 바람웃도로부터 시작한다.
강남의 어느 대가에서 묵던 중 딸에게 반해 청혼하지만 그에게 허락된 것은 그가 반한 둘째가 아닌 박색 첫째였던 것. 바람웃도는 둘째 딸과 도주를 하고, 배신을 깨달은 첫째 고산국이 복수하러 나선다는 이야기다.
결국 바람웃도와 동생을 따라잡은 고산국은 복수를 접고, 각자의 길로 인간계를 삼분하여 다스린다는 이야기.
'명진국 따님이야기'는 열다섯 어린 나이에 삼신할매가 된 명진국 따님의 이야기다. 옥황상제의 명을 받아 삼신할매가 된 이후에 북단명꽃과 남장수꽃을 피우며 지상에 생명을 점지한다는 이야기가 재밌다. 남장수꽃의 운명을 띄고 태어나는 아이들이 삼신 할매가 관장하는 아이들이란다.
뒤이은 '동명국 따님 이야기'의 주인공 동명국 따님이 북단명 꽃의 운명을 따른 생명들을 주관하는 할망신이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쇠뒤주에 갇혀 6년을 헤매다 그를 발견한 사람들에게서도 배척당하는 비운의 주인공이다.
비운을 타고 난 인물들은 모두 신이 된다. 신이 된다고 위로를 해주는 것일까? 삼신 할매가 된 명진국 따님도 비범한 재능이 그를 가족으로부터 떨어져 숱한 운명을 감당하는 잭임을 지게된 것이고 보면 그 비범도 비운이 아닐까.
가장 분량이 큰 '자청비 이야기'의 자청비 역시 그 비범함 때문에 인생의 굴곡을 맞는다. 문도령을 연모해 남장을 하고 3년을 동거동숙하는 모습은 '성균관 스캔들'같다.
하인을 죽였다가 살리기 위해 저승의 꽃을 구해오는 것은 바리데기의 이야기와 닮았고, 천상에 올라가 문도령과 혼인하게 되었다가, 지상에서 문도령이 살해당하고, 이를 살리기 위해 저승의 꽃을 구하러 갔다가 남편을 빼앗기는 등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다.
괴한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자기 팔을 끊어버리는 백주당 아기씨의 이야기도 강렬하다.
초지(@황예지) 재밌게 잘 봤어요. ^^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