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뒷골목 풍경
오래 전에 읽은 책인데 요즘 쓰는 글에 자료가 필요해 다시 꺼냈다. 요즘은 도통 이렇게 원고 자료밖에는 읽지를 못한다. 덕분에 읽은 책 다시 읽는 재미도 새삼 느껴본다.
이 책은 역사가 외면한 조선의 술집, 기생, 오입쟁이들, 건달, 과거에서 부정을 저지르는 세력들을 소개해주고 있다. 이제까지 실록의 행간에서 작가들이 오로지 상상에만 의지해야 했던 것들을 충실하게 그리고 쉽게 이해될 수 있을 만큼 수위를 조절해가면서 소개해주고 있다.
이 책이 나오고 벌써 10년이 지나서인지 처음 읽었을 때의 생소함은 이제 없다. 뿌리깊은 나무에서 반촌을 심도있게 그려낸 것처럼 이 책에서 소개된 풍경들도 이제는 여러 사극에 간간히 드러나고 있다. 인문학과 창작과의 삼투압은 이렇게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중인가보다.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 아무래도 뭔가를 쓰면서 필요한 것들에 밑줄을 긋게 되기 때문이겠지만 - 좀 더 그림이 선명하게 그려지는 걸 느꼈다. 특히 옛 서울의 풍경에서는 네이버 지도와 대조하면서 보는 맛이 솔찮았다. 북촌엔 누가 살았는지, 남산골 샌님은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중촌과 운종가는 어떤 사람들이 주로 살았는지, 또 양화진에서 소의문에 이르는 길이 어떤 의미, 어떤 가치,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를 상상해볼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두번째 읽기는 했지만 이 책은 내가 지금 쓰는 글을 다 쓰기 전에는 내 책상 주위를 맴돌것 같다. 조만간 이 저자의 다른 책들도 구해봐야할 듯. 이렇게 수많은 자료들을 읽고 번역해내면서 풍속사를 소개해주는 학자들이 새삼 감사하다. ^^
'리뷰 >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상, 하나님의 신비 (0) | 2012.12.04 |
---|---|
군주론 (0) | 2012.12.01 |
과학혁명의 구조 (0) | 2012.10.15 |
비거 요약 (0) | 2012.10.02 |
그림으로 보는 중국의 과학과 문명 (0) | 2012.09.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