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

루퍼 Looper

자카르타 2013. 1. 20. 16:18


루퍼 (2012)

Looper 
8.2
감독
라이언 존슨
출연
조셉 고든-레빗, 브루스 윌리스, 에밀리 블런트, 폴 다노, 자니 영 보쉬
정보
SF, 액션 | 미국 | 119 분 | 2012-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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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행에 관한 또 다른 영화. 

지난 주 오랜만에 친구들과 수다를 떨다가 추천받은 시간여행 이야기들을 순례 중이다. 




이야기의 배경은 2044년. 주인공 조(조셉 고든 래빗)의 직업은 '루퍼'다. 타임머신이 개발되는 미래는 인체를 스캔 추적하는 시스템이 있어서 맘대로 살해할 수도 없는 상황. 이때문에 미래에서 청부살인 대상을 과거로 보내면 44년의 루퍼들이 이들을 암살하고 처리한다. 현재나 미래에 살해에 대한 증거는 어디에도 남지 않는다. 




깔끔한 암살의 댓가로 은괴를 챙기고, 이를 모아 프랑스로 은퇴하려는 조의 계획은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된다. 어느날 미래에서 전송되어온 사람이 자기 자신이었던 것. 당황한 조가 머뭇거리는 사이 미래의 조(브루스 윌리스)는 현재의 조를 쓰러뜨리고 도주에 성공한다. 




두 명의 조가 쫓고 쫓기는 서사가 본격 시작되기 전에 이야기는 잠시 미래의 조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루퍼에서 은퇴 후 행복한 가정을 꾸리던 조는 '레인메이커'라는 정체불명의 악당에게 아내를 잃고 암살될 위기에 처한다. 




다이하드의 주인공인양 위기를 모면한 늙은 조는 야매 타임머신으로 과거로 이동한다. 이것이 앞서 과거의 조와 미래의 조가 만나게 된 배경이다. 




미래의 조가 과거에 와서 할 일은, 장차 자신을 사지로 몰 어린 '레인 메이커'를 찾아 그를 제거하는 일. 같은 날 같은 병원에서 태어난 세 명의 어린아이를 찾아 암살을 한다. 




한편 현재의 조는 조직으로부터 도망치던 길에, 미래의 조가 찾는 나머지 한 집에 숨어든다. 




그리고 그 집의 아이가 미래에 포악한 조직의 보스가 될 '레인 메이커'임을 확인한다. 




결국 미래의 조도 이 소년을 추적 끝에 발견하고 소년을 암살하려고 한다... 는 얘기다. 


어째 요약을 하고보니 엄청 지루할 것 같은데 꼭 그렇지는 않다. 

도입부의 루퍼들의 일상과 생리, 룰을 소개하는 시퀀스도 아기자기하니 흥미롭고, 현재 동시간에 존재하는 같은 두 인물에게 인과율이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대한 설명 - 이것이 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게임의 룰일텐데 - 도 꽤 재밌다. 현재의 '나'에게 가해진 위해가 고스란히 미래의 '나'에게 전해진다는 설정인데 영화는 그 인과율을 깊게 파고드는 대신 영화가 설정한 희생이라는 묵직한 주제로 직행한다. (여기서부터는 스포) 


영화의 설정의 일관성, 논리를 따지기에는 이 영화는 그다지 세밀한 묘사를 하고 있지 않다. 그보다는 주인공이 치르는 희생을 더 가치있게 만드는데 상당히 공을 들인다. 그리고 그 지점이 이 영화의 가장 아쉬운 점이다. 주인공 조는 다른 루퍼들처럼 그날그날을 즐기는 대신 미래를 위해 어학을 공부하고 착실하게 돈을 모으고, 이 돈을 지키기 위해서 친구를 배신한다. 미래에서 온 자신을 악착같이 쫓아서 죽이려고하는 것도 바로 자신이 누릴 미래를 보존하기 위해서다. 그에게 미래에서 온 '나'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셈이다. '너는 이미 살만큼 살았잖아!?' 현재의 주인공 조는 수십 년 뒤의 확정된 살해를 피해가는 것보다는 근 미래의 자신의 안위가 더 소중한 사람이다. 얼마나 현실감 넘치는 사람인가? 


반면 미래에서 온 조는 자신의 기억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그 기억을 연장시키기 위해 발버둥치는 사람이다. 언뜻보면 그의 행보가 자신의 뿌리인 과거의 자신을 위태롭게 한다는 면에서 설득력이 떨어지기도 하지만 그는 모든 것을 걸고 과거와 미래의 자신을 위협하는 모든 적대자들과 맞선다는 측면에서 훨씬 '젊고 이상지향'이다. 미래의 조의 이상은 거의 실현되기 직전까지 이른다. 그 자신의 방해에 직면하기 전까지는. 


이 영화가 애매한 것이, 아쉬운 지점이 바로 여기다. 관객은 쉽사리 누구편을 들수 없게 되어있다. 미래의 조의 고군분투도 나름 설득력이 있고, 그를 막으려는 과거의 조의 처지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런던 것이 갑자기 과거의 조가 돌변하면서 파국을 맞게된다. 현실에 안주하면서 눈앞의 쾌만 쫓던 과거의 조는 어떻게 다른 가족의 불행에 공감하고, 그 불행을 막기위해 자신을 희생하려는 결단을 내리게 되었을까? 주인공은 조가 겪는 심리 변화는 정당하고, 또 그 시점은 적절한가? 그것을 위해 농장 주인녀와의 잠자리 씬과 아이를 구해내는, 또 용서하는 장면이 있었을 테지만 이 역시 분명하게 제시되지는 않는다. 그런 부분에서 적절한 설명이 있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지. 아쉬움이 남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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