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

내가 살인범이다

자카르타 2013. 1. 28. 00:40



내가 살인범이다 (2012)

8.6
감독
정병길
출연
정재영, 박시후, 정해균, 김영애, 최원영
정보
액션, 스릴러 | 한국 | 119 분 | 2012-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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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잔뜩) 


어제 오늘 내 블로그를 보러 오는 사람들이 많다. 괜히 부담스러워 쓴 글을 다시보니 목불인견. 다시 수정한다. 

주식은 자본주의의 불안한 심리지표일 뿐이라고 생각하는데, 마찬가지로 영화에 별점을 먹이는 것도 그에 못지 않을 듯 싶다. 특히 <내가 살인범이다>같은 영화는 별점만으로 전체 영화를 싸잡아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장단점이 확연하게 갈리기 때문이다. 


최근에 시나리오를 쓰면서 가장 크게 염두해두는 게 있는데 하나는 시퀀스 단위로 글을 쓰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플로팅에서 서스펜스와 서프라이즈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할까의 문제다. 이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의 경우는 뒤의 문제 즉, 긴장과 반전 사이의 균형에 대해서 나름 생각해볼 거리를 제시해 준다. 


이 영화는 일본 미스테리 소설 <모방범>과 <범인에게 고한다>를 연상케 한다. <모방범>은 가짜 용의자가 드러난 상황에서 진범을 잡기 위해서 진범의 허영, 자만심을 자극한다는 설정이다. 역시 방송을 통해서이고 진범은 자신을 '모방범' 운운하는 주인공에 발끈해 커밍아웃을 자행하게 된다. 그러나 이는 사건이 밝혀지는 두 축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다른 경로를 통해서 범인에 거의 근접하는 플롯이 따로 존재해서 서사의 개연성에 대한 의심이 작품 전체에 대한 몰입과 동조를 크게 방해하지 않는다. 또 이 작품을 뛰어나게 만든 것은 그 플롯보다는 세밀하게 그려낸 인물의 심리에 있다. <범인에게 고한다>는 좀 더 <내가 살인범이다>의 설정에 가깝다. 범인이 매체를 통한 과시에 크게 경도되어 있어서 '극장형 범죄'를 저지르고 대항해 형사들이 '극장형 수사'를 펼친다는 내용이다. 


그러면 이들 소설들과 비교했을 때 이 영화는 어떨까? 소설과 영화야 워낙 다른 매체와 스타일을 가지고 있어서 그냥 비교하는 것은 부질없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세밀한 캐릭터 심리 묘사는 포기한다고 해도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앞서 얘기했던 서스펜스와 서프라이즈 중에서 어느 것에 방점을 찍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사실 이 영화의 서프라이즈, 반전은 훌륭하다. 아마도 이 영화의 입소문에 기여를 한 것도 어쩌면 이 반전에 대한 지지와 긍정이 가장 큰 원인이지 싶다. 나도 이 영화의 반전은 끝까지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동안 많은 영화들이 기가막힌 반전을 꿈꾸면서도 번번히 실패했던 것처럼 이런 반전을 만들어내는 것은 쉽지 않다. 역설이지만 반전에 앞서 서스펜스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다면 서프라이즈는 쉽게 노출이 되고 만다. 그런면에서 이 영화는 전체 영화를 주도한 갈등이 복선을 은폐시킬 만큼 적절하게 관객의 관심과 호기심을 유지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앞부분에서 전개된 서스펜스는 여전히 불만족스럽다. 문제는 두 가지라고 보는데 하나는 그저 그 서스펜스들이 뒤의 서프라이즈를 은폐, 엄폐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둘째는 그 서스펜스 자체의 완성도와 함량이 미달이기 때문이다. 완성도와 함량 미달이라는 판단은 관객 개인의 취향에 따른 것이기 십상이고, 또 일관성만 있다면 스타일로 용인될 수도 있을 게다. 그럼에도 스타일로 치부하거나 취향의 차이로만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것은 다시 첫번째 문제와 연관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앞부분 서스펜스를 구축하는 데에 중요한 축인 피해자 가족들의 장면들은 전체 영화와 상당히 다른 톤을 보이고 있다. 이들을 희화하려고 한 것이 분명한 씬들과 범인에 환호하는 - 혹은 매스 미디어의 가벼움을 질타하려고 한 것 같은 씬들의 가벼움은 이 영화 주제의 톤과 번번히 엇갈리고 있다. 가장 큰 역동성을 보여주는 범인의 납치와 탈출 장면에서도 현실성을 초월한 표현들을 보면서 왜 이렇게 연출해야만 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피해자 캐릭터가 단지 범인의 진짜 정체를 감추는 역할에만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이 의사와 최 반장이 만나는 두 번의 장면이다. 그저 서프라이즈를 엄폐하기 위해서 대사들은 어중간한 곳에서 시작하고 의미 없는 이야기들만 - 단 한 가지 얼굴을 고치지 않는 최 반장의 이유를 표현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 하고 극에서 전혀 다른 의미를 산출하지 못하는 장면들만 만들어 내고 있다. 


서프라이즈를 위해 구축된 서스펜스의 한계, 함량 부족이 가장 아쉬웠던 영화다. 



시퀀스 #1. (~ 13:07)


주인공 형구(반장, 정재영)는 연쇄살인범을 쫓다가 범인을 놓친다. 그때 연쇄살인범은 그의 얼굴에 길죽한 칼자국을 남겨놓았다. 

그리고 2005년 공소시효가 끝나는 날 밤 연쇄살인범의 첫번째 희생자의 아들 정현식이 자살을 한다. 




시퀀스 #2. (~ 22:54) 


2007년. 자신이 연쇄살인범이라고 자처하는 이두식이 살인과정을 밝힌 책을 출간하며 세상에 나타난다. 이내 그의 책은 베스트셀러가 된다. 

이두식은 자선사업을 보란듯이 벌이고, 과거 희생자의 가족을 찾아가던 끝에 형구를 찾아와 도발한다. 




시퀀스 #3. (~ 32:55) 


과거 연쇄살인의 희생자 가족들이 복수를 위해 모인다. 그들의 면면. 그리고 방송사에서는 이두식을 이용한 쇼를 기획한다. 

그 사이 이두식에 대한 인기와 혐오는 극을 달리고 형구는 사인회장을 찾아 도발한다. 




시퀀스 #4. (~42:51) 


희생자 가족들이 이두식을 납치하려고 시도한다. 경호원들과 형구와 형사들이 이를 제지하려다 실패한다. (납치에 성공한다.) 




시퀀스 #5. (~ 52:40) 


형구가 희생자 가족에게서 이두식을 다시 구출해낸다. 




시퀀스 #6. (~ 1:02:00)


희생자 가족 중 한지수가 형구의 짓임을 알고 경찰서에 와서 뺨을 때린다. 

이두식과 형구가 방송에 출연. 방송에 진범을 자처하는 사람이 전화를 건다. 




시퀀스 #7. (~ 1:07:06) 


진범을 자처하는 남자는 형구의 어머니를 위협하고 자신이 진범임을 주장하는 증거를 남겨놓았다. 




시퀀스 #8. (~ 1:17:27) 


진범 공방. 최반장 형구는 둘 중에 누가 진범인지 모르겠다 갈등을 부추기고, 여기에 충동된 진범 자처남은 방송 출현에 나선다. 




시퀀스 #9. (~ 1:26:14) 


진범을 자처하는 남자가 방송에 출연하고. 그는 자신이 진범임을 증명할 마지막 피해자(형구의 애인, 수연)의 유골을 제시한다. 




시퀀스 #10. (~ 1:29:01) 


과거 장면들. 현식이를 처음 만나던 모습. 형구의 애인 수연과의 한때, 수연 모에게 반대를 당하던 때의 기억. 




시퀀스 #11. (~ 1:39:57) 


이두식의 정체가 드러나고 진범을 잡는다. 



시퀀스 # 12. (~ 1:51:47) 


도망치는 진범. 그를 추적하는 형구. 결말 



시퀀스 # 13. (~ 1:54:05) 


수연이 잡혀가기 직전의 기억 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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