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조선왕조실록>이라는 드라마도 꽤 장수를 했고, 사극도 꽤 많이 본 터라 사극에서 주로 다루는 왕실의 문화는 꽤나 익숙할 것 같은데 막상 되짚어 보면 알고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영화 <광해>에서 왕의 식사와 배설을 다룬 장면을 봤을 때도 그랬고, <후궁>에서 왕의 합방 장면도 그렇고 모두 새롭게 본 장면들이다. 아마 <후궁>은 과장이 있으리라 싶지만 <광해>에서 나온 장면은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내용과도 거의 일치한다.
이 책은 익숙한 듯 잘 모르는 왕에 대한 것들을 폭넓게 제시해주고 있다. 왕을 정점으로 한 조선 통치체제의 특징을 중국의 황제 제도와 비교해서 설명하고 또 한 사람의 가장이자 인간으로서의 왕의 면모들을 다양한 주제로 다루고 있다. 임금이 죽은 다음에 정하는 묘호도 후세의 역학관계에 따라서 종종 바뀌었다는 것. 그리고 외교 차원에서는 제후국의 지위를 가지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황제에 준하는 예법을 구현하기 위해서 어떻게 갖은 수단을 동원했는지, 오전 5시나 6시 무렵이면 시작하는 왕의 일과들, 식생활, 건강관리 등 다양한 컨텐츠에서 종종 봤음직하지만 정확히 어떤 맥락에서 벌어지는 일인지 모르는 것들의 배경과 이유들, 변천과정을 세세히 짚어주고 있다.
이 책의 내용과는 조금 다른 얘긴데, 우리 고등학교나 중학교에서 국사를 가르칠 때 모든 왕조에 대해서 연대별로 짚어 내려올 게 아니라 중요한 왕들 몇 사람만 골라서 가르친다면 훨씬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가령 조선의 경우 창업한 태조와 문화군주 세종, 전란을 겪은 선조와 광해군, 인조 그리고 정조나 영조를 묶어서 가르친다면 조선 역사와 문화의 흐름을 어느 정도 짚어줄 수 있지 않을까?
그 중에서도 아이들이 원하는 왕조에 대해서 주제를 정해서 연구하게 한다면 훨씬 도움이 되는 역사 공부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책 역시 왕들의 일상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왕들은 몇 명에 지나지 않는다. 우선 기록이 가장 방대하게 남은 영조와 정조대의 이야기가 가장 많고 여기에 대비해서 연산군과 광해군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은 언젠가는 실록을 정독해야겠다는 압박감이다. 아무리 자세히 설명을 한다고 해도 규범과 제도를 벗어난 인간들의 욕망은 언제나 번외로 남기 마련인 것 같다. 왕에 대한 주제 역시 후대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심장이 뛰게 하는 이야기들은 그런 번외들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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