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책

소설과 소설가

자카르타 2013. 8. 2. 21:44



소설과 소설가

저자
오르한 파묵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12-09-14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세계적 작가 오르한 파묵과 함께 떠나는 소설 여행!노벨 문학상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오르한 파묵에 대해선 아는 것이 전혀 없다. 다만 노벨상 수상자의 소설에 대한 강의록이라고 해서 보게 되었다. 

전체 180여 페이지로 적은 분량이지만 그동안 서사에 대해서 어렴풋하게 상상하고 느껴왔던 것들에 대해서 명쾌하면서도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그리고 새로운 시야까지. 


저자는 소설은 일방향의 매체라는 통념과는 달리 저자와 독자의 진지한 심리 게임이라고 주장한다. (나도 거기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소설만이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나 모든 서사도 포함해야 한다.) 독자들은 소설을 읽으면서 이 이야기가 무엇에 관한 이야기인지 그 '중심부'를 찾는 탐색을 시작하며 작가들은 독자들이 이러하리라는 것을 예측하고 그 중심부를 교묘하게 가리면서도 그를 찾아갈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는 얘기다. 그 밖에도 소설의 내용이 작가의 경험인지 상상인지 등 독자와 작가간의 심리 게임은 끝없이 이어진다. 


오르한 파묵은 주제라는 용어대신 '중심부'라는, 약간은 모호한 용어를 쓴다. 이 중심부는 다른 장르 소설과 순문학 소설을 구분 짓는 시금석이 된다. 이 중심부의 존재 유무에 따라 독자들은 소설 속에서 인간에 대한 이해와 경험의 폭을 넓히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견해에는 상당히 동의를 하지만 왠지 장르 문학과 순문학 소설을 이렇게 경직되이 구분하는 것은 시종일관 의아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 부분을 제외하면 중심부에 대한 독자의 탐색과 작가의 여정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는 너무나 흥미 진진하다. 


내가 가장 큰 도움을 받은 것은, (아마도 다른 시나리오 창작자들도 상당히 도움을 받으리라고 생각하는데) '캐릭터'에 대한 이해다. 어느 정도 '시나리오 어떻게 쓸까'의 이야기와도 일맥 상통한다고 볼 수 있는데 저자는 흔히 얘기하는 '캐릭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주제를 드러내게 하는 것은 또 캐릭터를 드러내고 독자로 하여금 그 캐릭터의 특징을 간파하게 하는 것은 오로지 상황과 환경 즉 사건이라고 얘기한다. 캐릭터가 드러나는 사건을 설계하지 않고 캐릭터를 그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 부분 때문에 조만간 이 책을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확히 이해한 것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인물묘사에 치중하는 지금의 캐릭터보다는 훨씬 창작에 지침이 되는 얘기라고 생각된다. 


이어지는 '작가의 사회 책임'이라고 할 수 있는 '박물관과 소설' 장은 비슷한 상황 - 서사가 세상의 진보와 반동에 책임을 지네 마네로 고민하고 있는 지금 우리의 상황과도 맞물려 잔잔한 감동을 준다. 


전혀 작품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그의 작가론, 작품론을 읽는 것이 어찌 보면 장님이 코끼리 다리를 만지는 것처럼 상당한 오독의 여지가 있음에도 꽤 유용한 책이었다. 그의 소설들을 쭉 살펴볼 생각이 들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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