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주인공에 작가가 반영되어 있다는 얘길 들었다.
그건 내 자식을 인정하는 당연한 얘기이면서, 적어도 나를 반영할 수 있는 뭔가가 있었다는 면에서 설레이는 말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인물을 온전히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면에서는, 작가로서 가장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오늘 하루 종일 주인공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정말 주인공이 원하는 것이 뭔지를 고민하며 하루를 보냈다.
2.
예전에 김동완 통보관이란 분이 계셨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아직도 살아계신다고 한다. 80년대 이전이라고 기억하는데 그때는 지금처럼 가상현실 스튜디오도 없고 CG도 없던 때라 일기예보에 사용할 수 있는 게 그저 사진과 그림 뿐이었다. 그런데 이 김동완 통보관은 직접 그림을 그려가며 내일 날씨를 설명했다. 뭐 원본을 보지 못했으니 제대로 그리는 건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가 몇 번 쓱쓱 매직펜을 움직이면 한반도 지도 위에는 등압선이 그려졌다. 그리고 그 등압선을 바탕으로 기압골의 배치와 내일 날씨를 설명했다. 매일처럼 하루도 빠지지 않고 그런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사람의 퍼포먼스가 가장 갚진 매체지던 시절, 그 퍼포먼스를 일기예보에서 볼 수 있었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 그래서 그 뒤를 이은 조석준 기상 캐스터가 괜히 미움을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생각하면 미안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