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20130828

자카르타 2013. 8. 28. 22:09


1. 


아이를 낳은 친구들은 하나같이 운전이 얌전해졌다. 

그 부성애가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당연하게 여겨졌다. 아버지니까. 

그런데 엊그제 좀 다른 생각이 들었다. 


월요일, 인천으로 친지분들을 모시고 가는 내내 트렁크가 시끄러웠다. 

전날 밭에서 딴 수박만한 박이 이리저리 뒹굴면서 구구덩텅텅텅 소리를 냈다. 

가속 센서가 따로 없었다. 브레이크를 세게 밟는 대로, 가속을 하는 대로, 회전을 하는대로 구구덩텅텅텅. 

연두색 박 껍질에 난 상처는 그대로 내 운전에 대한 보고서였다. 

문득 그동안 내가 모시고 다녔던 어른들은, 

내가 운전을 잘 해서가 아니라 그냥 태워주는 게 감지덕지 해서 아무 말도 안하고 계셨던 게 아닌지. 

집에 오자마자 멀미가 난다고 누우시는 어머니를 보면 그게 맞는 것 같다. 


아마 아이들이 이러지 않았을까? 이 박처럼 말이다.  

아빠의 험악한 운전에 깬 아기들의 울음 소리가 센서가 되었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아빠들은 부성애의 발로로 안전 운전을 택한 게 아니라, 

단지 아기들이 깨어나 울어제끼지 않게 하려고 어쩔 수 없이 얌전 운전을 해야했던 것은 아닐까? 

아마 그게 맞을 것 같다. 


2. 


9월에 출시하는 앱이 있다. 

바로 운전 상태를 가늠해주는 앱이다. 

이 앱을 실행하면 화면에 곤히 자고 있는 아기가 나온다. 

운전자가 운전을 하면 가속 센서와 GPS에 의해서 가속 여부, 속도 등이 다양하게 인식되고, 

운전을 좀 험하게 한다 싶으면 화면 속의 아기가 깨어나 화통을 삶아 먹은 듯이 울게 된다. 


제작사에서는 런칭 기간에 프로모션을 위해서 

택시나 버스에서 이 앱을 실행해서 주행 기간 동안 아기를 깨우지 않고 운전한 데이터나 

이를 찍은 동영상을 보내주면 가장 베스트 드라이버를 선발해서 

동영상을 보낸 승객과 운전자에게 상금을 지급한다고 한다. 


우리 나라 버스에서 이걸 찍으면 난폭 운전자들도 상당히 줄어들까? 

아, 출시는 2018년 9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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