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

장고 분노의 추적자

자카르타 2013. 12. 28. 23:10


장고:분노의 추적자 (2013)

Django Unchained 
8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출연
제이미 폭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크리스토프 왈츠, 케리 워싱턴, 사무엘 L. 잭슨
정보
드라마, 액션, 로맨스/멜로 | 미국 | 165 분 | 2013-03-21
글쓴이 평점  



어렸을 때 우리 또래에게 꽤 인상깊었던 총잡이가 둘 있는데 하나는 '장고'고 하나는 트위터... 가 아니고 '튜니티'다. 

이야기야 다 잊어버렸지만 지금도 기억에 선명한건 커다란 관을 시종일관 끌고 다니다가 마지막 악당들을 떼거지로 만났을 때 그 안에서 기관총을 꺼내 난사하던 장면이다. 지금 찾아보니 66년도의 영화고 내가 봤음직한 70년대 후반만 해도 장고나 튜니티는 모두 백인이었다. 그후 파시라는 흑인 총잡이가 나올때까지는. 타란티노가 만든 장고는 흑인이다. 노예였던 흑인이 현상금 사냥꾼이 되어가는 과정(영화 시작에 남북전쟁 2년 전이라고 한 걸로 봐서는 이후에 원작인 장고처럼 장교가 되는 설정이지 싶다.)을 그린다. 


타란티노가 만든 이야기들은 고전 장르의 관습과 스타일을 충실히 반영하면서도 극의 긴장을 해소하거나 사건의 방향을 틀 때 캐릭터에 의존한다. 마치 서사의 얽힌 실타래를 캐릭터라는 화학작용으로 삭혀버린달까? 이런 중요한 임무를 캐릭터에게 부여하기 위해 타란티노의 이야기는 종종 과거로 돌아가 그 캐릭터를 확대경으로 살피고 돌아오거나 장황한 독백을 늘어놓기도 한다. 


이건 그의 세계다. 호불호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나름의 기능이 고 그 세계의 원리로 충실하게 작동한다. <장고 : 분노의 추적자>의 전반부, 아니 장고가 캘빈의 부하들에게 사로잡히기 전까지 이런 스타일은 여느 타란티노의 작품처럼 작동한다. 비록 닥터 슐츠가 왜 장고에게 공감하는지, 아내를 찾는 그 마음에 공명했다손 치더라도 그렇다고 그 아내를 찾는 모험에 앞장을 서는지가 이해되지 않지만 '타란티노의 캐릭터'니까, 하고 봐줄 수 있다. 


그러나 그 뒤의 이야기는 도무지 타란티노의 작품 같지 않다. 어이없이 순조로운 탈출과 우스운 복수의 에 타란티노의 캐릭터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 전체를 통틀어 닥터 슐츠만이 타란티노의 세계에 가장 근접한 캐릭터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가 죽으면서 타란티노의 독특한 서사도 끝이 나버린 느낌이다. 


또 한 가지 눈에 거슬리는 연출은 시간의 흐름을 거슬로 과거로 돌아가는 편집이다. 아내와의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은 매를 맞아서 도망치다 잡히고 고문을 받는지, 도망치다 잡혀서 매맞고 고문을 받았는지 불분명하지만 아내의 얼굴에 화인이 찍히는 장면을 감정의 정점에 놓기 위한 편집으로 보인다. 그러나 KKK단의 습격 장면에서 갑자기 습격 모의 장면으로 돌아가 그들을 희화하는 것은 그저 스타일의 답습으로만 보인다. 


흑인 장고가 노예에서 살인 기계로 변화하는 과정, 즉 우리가 알고 있는 장고의 프리퀄을 만든 것으로 보기에도 참 애매한 영화다. 타란티노 늙어가나? 

혹시 본편의 리메이크를 또 기획하고 있다면 그건 기대해봄직 하지 않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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