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

플래닛 테러

자카르타 2013. 12. 29. 21:27


플래닛 테러 (2008)

Planet Terror 
7
감독
로버트 로드리게즈
출연
로즈 맥고완, 프레디 로드리게즈, 조쉬 브롤린, 말리 쉘튼, 제프 파헤이
정보
액션, SF | 미국 | 106 분 | 2008-07-02
글쓴이 평점  



화면은 오래된 영사한 필름처럼 비가내리고 심지어는 중간에 필름이 영사기에서 타버리기도 한다. 오래된 스피커의 먹은 소리가 들리는 사운드하며 상영전 감독의 차기 작품인 <마셰티>에 대한 광고까지 이 영화는 B급 영화 스타일을 고스란히 차용한다. 


B급 영화를 어떻게 정의할까? 탁월한 장르를 이룬 전범들의 스타일을 맥락과는 상관없이 복제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때로는 그 스타일이 과잉되고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귀결되고 마는 걸 보면 그렇다고 할 수 있겠다. 플래닛 테러는 그런 전통을 자랑스럽게 과시한다. 시나리오는 그저 액션 씬을 위해 구성된 것 같고 액션은 그 액션을 지탱하는 기술들을 고스란히 노출시킬 정도로 조악하다. 


대부분의 액션 영화들이 액션 못지않게 감정선에 집착하는 것과 달리 이 영화는 인물들의 감정을 관객에게 전달하는 씬들 조차도 대부분 박제된 스타일을 과장할 뿐이다. 이 영화의 가장 찡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 경찰서장과 요리사의 레시피 얘기는 가장 지루한 장면이고, 가장 찐한 장면이라고 할 주인공 여자와 남자의 정사 씬은 절정에 이르기 전에 필름이 불타버리고 '잃어버린 릴'이라는 자막이 나온다. 


그렇다고 철저하게 몸의 영화라고 하기에도 좀 주저된다. 액션씬들이 전혀 관객의 심박을 높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환호하는 관객은 액션의 긴장감이나 스펙타클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영화들이 보여줬던 그럴싸한 액션의 이면-결국은 서사요 허구라는 그 이면을 적나라하게 까발리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여기에 여자 주인공의 발에 기관총을 끼고 남자 군인들을 향해 난사하는 것을 보고 어떤 상징이나 은유를 읽는 것은 오히려 과도한 의미부여다. 그저 그런 여러가지 담론의 말초적인 상상력을 아무런 필터없이 혹은 달달하게 박리다매로 끌어다 만든 영화다. 유명 감독의 사치스런 유희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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