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도 연이랄까 그런 게 있는 듯. 바로 앞에 <시적 정의>를 읽으며, 과연 '문학적 상상력'이 현실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들었는데 <파계 재판>에서 그 전범을 보여준다.
주인공 무라타는 두 명을 죽이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다. 검사측이 소환한 지인은 모두 무라타의 전사를 들먹이며 충분히 그런 짓을 할 만한 인사라 입을 모은다. 증거도 무라타에게 불리하다. 그때 변호사는 <파계>라는 소설 - 메이지 유신 때 신평민으로 편입되었지만 그 '신'자의 굴레 때문에 차별당한 천민 출신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을 법정에서 소개하며 무라타의 심리를 설명하고 법원과 독자가 무라타에 대해 갖는 편견을 뒤집어 놓는다.
유일하게 법정에서만 진행되는 미스터리 소설임에도 업치락 뒤치락 팽팽하게 긴장이 이어진다. 뒤의 해설에 실제로 작가인 다카기 야키미스가 출신 때문에 좌절을 겪었다는 얘기를 들으니 또 달리보인다.
여기까진 좋았는데 맨 뒷장을 보니 발행처가 '시공사'. 어라? 시공사 책은 사질 않는데 어찌된 일인가 했더니 출판사인줄 알았던 '검은숲'이 시공사 브랜드 중 하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