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책

빨간 리본

자카르타 2014. 9. 13. 00:41




여느 미스터리 소설을 기대하고 본다면 실망할 책. 작가가 제시한 수수께끼를 독자들이 푸는 방식이라기엔 이 책이 제시하는 힌트는 너무 빈약하고 애초에 개연성을 따질 만한 계제가 못 된다. 오히려 실제 있었던 학살에 비하인드 스토리를 꿰 맞춘 무리수가 느껴진다. 여느 미스터리에서 기대할만한 주인공 캐릭터에 대한 기대도 갖지 말기를. 노년에 접어든 주인공의 상황에 공감하고 몰입하기엔 대부분의 독자들이 너무 젊지 않을까. 한편으로는 그건 나이 탓이라기 보다는 보편의 감정을 끌어내지 못한, 집어 내지 못한 작가의 한계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런, 미스터리로서의 미덕을 포기한다면 100여 년 전 중국에서 미국으로 팔려간 중국인 노예들의 삶과 현재 중국의 경제, 정치 상황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스웨덴 좌파 흐름 중에서 마오쩌뚱을 교조로 대하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도 신선한 정보다. 하지만 여전히 130여 년 전 조상의 일기가 현재 오피니언 리더를 살인자로 만들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명쾌한 대답은 없었던 셈이다. 역시나 책은 선전을 보고 사지 말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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