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

내가 잠들기 전에

자카르타 2015. 1. 17. 21:15



내가 잠들기 전에 (2014)

Before I Go to Sleep 
7.1
감독
로완 조페
출연
니콜 키드먼, 콜린 퍼스, 마크 스트롱, 앤-마리 더프, 딘-찰스 채프먼
정보
미스터리, 스릴러 | 영국, 프랑스, 스웨덴 | 92 분 | 2014-10-30
글쓴이 평점  



활의 양 극단에 팽팽하게 묶인 시위처럼 시작과 끝이 빤히 보이는 영화들이 있다
. 대부분 오래된 연애처럼 식상하게 끝나곤 하지만 개중에는 활을 당길 때 나는 명징한 소리처럼 관객의 정신을 번뜩 들게 하는 영화들도 있다. <내가 잠들기 전에>도 그런 영화였냐고?

 

니콜 키드만이 나체로 깨어나면서 영화가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은 아주 단순하다. 누가 니콜 키드만을 저렇게 만들었을까? 나머지, 무슨 사고를 당했으며, 자식이 있었는지에 대한 다른 인물들의 엇갈린 진술들은 모두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로 수렴되면서, 관객이 범인을 추측케 하는 단서로 기능한다. 영화의 서스펜스를 만들어내는 가장 중요한 질문임에도, 영화가 이를 위해 마련한 선택지는 달랑 두 가지다. 남편 아니면 의사.

 

그러나 생각처럼 밋밋하지는 않다. 영화 초반 감춰진 사실들이 밝혀지면서 남편을 의심케하지만, 이는 오히려 관객이나 니콜 키드만이 남편에게 공감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남편에 대한 의심과 해소의 반복이 절정에 다다르는 것은, 니콜 키드만 자신이 불륜을 저지른 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다. 자신의 잘못에도 불구하고 남편이 자신을 지켜주었다는 사실에 감격했을 때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면서 가장 큰 서스펜스를 만들어 낸다.

 

영화판에서 데꼬보꼬でこぼこ라는 말이 있다. 우리말로 요철을 뜻하는데, 감정의 기복이나 플롯이 업치락뒤치락하는 것을 말한다. 이 영화는 이런 요철을 배치하는데 탁월한 솜씨를 발휘한다. 가장 깊은 추락을 앞두고 가장 높은 봉우리에 올라가게 한다. 시작과 결말은 빤하지만 그 진동은 다채롭다. 1시간 반의 영화를 끌고나가는데, 관객에게 굳이 많은 질문을 던질 필요없이 그저 하나의 질문에 대한 가부 사이에서 진동만 해도 충분히 끌고 나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절정에서 그만 이야기를 놓아버리지만 않았어도 꽤 관심을 모을 수 있었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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