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책

안티크리스트

자카르타 2015. 1. 27. 20:17



안티크리스트

저자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출판사
아카넷 | 2013-12-3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니체 자신이 평생 시도한 가치전환의 총결산, ‘안티크리스트’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안티크리스트> p28까지 읽고. 니체와 인터뷰. 

루타 / 아. 니체! 니체! 할 말이 있어. 

니체 / 누구? 내가 아는 사람인가? 

루 / 아니 나 독자야. <안티크리스트>를 읽고 있어. 궁금한 게 있어서. 

니 / 독자라고 다 같은 독자는 아니지. 내 책 <짜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었나? 

루 / 아니. 안 읽었는데. 

니 / 그렇다면 됐어. 

루 / 뭐가 돼? 

니 / <짜라투스투라...>를 이해한 사람만 <안티크리스트>를 이해할 수 있거든. (p9) 이해는 커녕 읽지도 않았다니. 

루 / 고등학교 때 읽으려고 했는데 읽다 말았어. 

니 / 더구나 그 명저를 읽다 말다니. 

루 / 그때 왜 그랬지? 암튼. 

니 / 뇌가 없는 모양이지. 

루 / 너무 그러지 마. 집에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은 사놨어. 상하권 두 권 짜리란 말야. 

니 / 그럼 난 바빠서. 

루 / 야, 이봐. 이봐! 젠장! 좋아 가더라도 이것만 듣고가. 니체 니가 얘기한대로 연민을 버리고 약한 이들이 도태되게 했다면 지금쯤 인간은 늑대랑 고릴라 그 사이 어디쯤이 되어 있지 않았을까? 

니 / 진화론을 들먹이면 내가 혹할 줄 알고? 다윈이야말로 내가 인류 진보에 대한 고뇌가 결여되어 있다고 비난한 자연주의자의 대표지. 자신이 주장한 진화를 진정으로 믿었다면 연민을 강요한 기독교의 해독을 방관하지 않았을 테니까. (p28) 헌데 인간이 연민을 버렸다면 늑대가 되었을 거라는 건 망상이야? 소설이야? 

루 / 아니 생각해봐. 유인원에서 인간이 되는 진화 과정에서 필요한 게 뭐였겠어. 적을 물어뜯을 수 있는 강한 턱이랑 두꺼운 팔, 빠른 다리지. 생존에 필요한 육체는 열등하지만 다른 재능이 있는 '약자'들을 '연민'이라는 이름으로 보호해 왔기 때문에 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그래서 다른 종을 능가하는 '이성'을 보유하게 된 거고. 결국 니체 너 같이 머리만 무거워서 뻘소리 지껄이는 애들도 인류가 간직한 연민의 산물이라는 거지. 

니 / 미친 소리. 흥, 알겠다. 너도 신학자의 피를 가진 인간이군. (p28) 

루 / 아, 그것도 묻고 싶었어. 도대체 연민과 기독교는 어떤 근거에서 맺어진 거야? 복음서에 연민(sympathy, compassion)이란 단어가 없다는 건 알아? 왜 몰라? 아버지가 목사였다며. 동정하라 연민하라는 얘기는 베드로전서, 골로새서에 딱 한 번씩 나오더구만. 예수의 가르침의 핵심은 연민이나 동정이 아니라 '사랑'이지.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라고 했잖아. 

니 / 내 책을 어디까지 읽었지? 뒤에 가면 기독교가 예수의 종교가 아니라 바울의 종교라고 내가 설명해 놨으니 참고하라고. 

루 / 아직 거기까지는 읽지는 않았는데, 니가 그 주장을 한다는 건 알고 있었어. 그런데 말야. 그거 얘기 잘했다. 그럼 네가 까려고 한 게 바울이 만든 체계로서의 종교라는 얘기지? 그럼 말야. 니가 생각하기에 정말 이제껏 기독교가 약자들을 위한 종교였다고 생각하는 거야? 오히려 지배층의 권력을 옹호하는 도구로 쓰이지 않았을까? 중세 때 마녀사냥꾼에게 화형을 당한 마녀들 중에 귀족 층이 하나도 없었던 건 알고 있지? 막스 베버가 자본가들의 자본 축적을 옹호하기 위해서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를 쓴 것도 알고 있지? 성공회 신부인 멜서스가 <인구론>을 써서 죽을 놈들은 죽게 냅둬야 인구문제가 해결된다고 한 거 알고 있지? 어때 약자에 대한 태도로 봐서는 기존 기독교의 전통과 니체 니 얘기가 똑같지 않아? 난 니 마초같은 얘기가 가장 위험한 건 문제의 본질을 흐려놓는다는 거라고 생각해. 니 얘기에 귀기울여서 기독교를 탄압할 사람들은 아무도 없어. 심지어는 나치도 기독교의 십자가를 내세웠으니까. 그런데 네가 얼토당토 않게 기독교와 반기독교의 전선을 만들어놓으면서 더 교묘한 전선들이 감춰진다는 거야. 모든 종교 분쟁이 정말 종교 때문에 생겼다고 믿는 거랑 똑같은 거지. 

니 / 이런 무지한 얘기를 듣고 있다니! 불쌍해서 얘기해 주지만 내 얘기는 서구 형이상학에 대한 비판이야. 모든 것을 이데아라는 피안의 절대로 환원하고 차안의 세계는 경안시하는. 쇼펜하우어도 연민을 '우주적인 통일의지'와 하나되는 것이라고 했지. 난 그것이 허구이고, 무임을 주장한 거라고. 이해할지 모르겠지만 (p26)

루 / 알아, 알아. 그거야 니네 고질병 아니야? 기호/표상체가 대상체에 가닿지 못하고 자꾸 또 다른 해석체나 도상을 만들어낸다. 궁극의 대상체에 가닿기 위해 무한히 반복하는 세미오시스(의미작용)의 영겁회기! 너 뒤에도 이거 연구하는 애들이 줄을 섰어. 쇼펜하우어도 안습이지. 그거 뭐 그렇게 어렵게 얘기할 거 있나? 그냥 '공감'하는 것도 능력이다,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생의 에너지가 있어야 할 수 있는 거다, 라고 얘기했으면 되는 걸. '우주적인 통일의지'는 또 뭐야? 그런 이상한 얘기를 쇼펜하우어가 하고 네가 요놈 허점이다 하고 팡 터뜨리고 그런 거지. 결국 너도 쇼펜하우어에 기대 서 있는 셈이지. 다시 얘기하면 너 역시 플라톤의 새로운 각주에 불과하단 말이야. 하이데거가 널 보고 '서구 형이상학의 완성'이라고 한 것도 무리가 아니지. 

니 / 뭐야? 하이데거 이 새끼가! 정말 그랬단 말이야? 

루 / 아, 아니, 나도 직접 들은 얘기는 아니야. 암튼. 너 역시 시대의 아이, 네 아버지의 아들 아니겠어? 

니 / 닥쳐 우리 아버지 얘기는 왜 자꾸 끄집어 내? 

루 / 정말 내가 이런 얘기는 안 하려고 했는데. 

니 / 뭘? 

루 / 난 이 책 <안티크리스트>가 네 아버지에 대한 반감에서 나온 책이 아닌가 싶어. 

니 / 니가 뭘 안다고. 

루 / 그냥... 가부장적이고 강압적인 목사에게서 받은 상처들이 좀 많았겠어? 

니 / 닥쳐! 

루 / 그래도 그렇지 아버지와의 일은 아버지 묘비에다가 풀어야지. 괜히 이런 책을 써서... 넌 예수의 죽음이 많은 사람들에게 연민을 불러일으켜서 상당한 손실을 초래했다고 했지? (p24) 넌 더 해. 괜히 이런 책을 써서. 많은 사람들 헷갈리게 하고 말야. 아, 이제야 생각이 났다. 

니 / 뭘? 

루 / <짜라투스투라...> 왜 중간에 읽다 말았는지. 

니 / ...? 

루 / 지금 기분이랑 똑같았던 것 같아. 고까웠던 거지. 뭘 이렇게 장황하게 얘기하나? 싶었던 거지. 

니 / 흥, 괜히 미친 소리를 듣고 있었군. 돼지에게 진주를 던진 격이지. 됐군. 이제 <안티크리스트>도 덮어버리면 되겠군. 

루 / 아니 이건 끝까지 읽을 거야. 친구가 읽어보라고 사 보낸 거거든. 

니 / 그렇다면... 네 말대로 신이 있을지도 모르겠군. 

루 / 응? 그건 무슨 말이야? 

니 / 바보에게 진리를 깨우칠 기회를 주니 말이야. 

루 / 오 노! 기대하는 건 없어. 또 읽고 너한테 얘기하고 그러진 않을거야. 

니 / 나중에 읽고서 '내가 실수 했습니다. 이런 책을 못 알아보다니!' 그 따위 얘기나 지껄이지 말아. 

루 / 나중에 두고 보자고.




니체와의 인터뷰 2. 
(100쪽까지 읽고.) 

루타 / 니체, 니체 어딨어? 아 여깄었구나. 

니체 / 후후. 다신 찾아오는 일이 없을 거라더니 왜 왔지? 

루 / 응 할 말이 있어서. 

니 / 아쉽군. 

루 / 뭐가? 

니 / 멍청하기는 해도 ‘나’라는 높은 권위에 그렇게 대들 수 있는 건 장점으로 봤는데 말야. 이렇게 쉽게 고개를 숙이고 오다니 약간은 실망인데. 

루 / 뭔 소리야? 

니 / 어디 하려던 얘기나 해봐. 잘 못했습니다. 뭐 그런 얘긴가? 

루 / 누가 뭘 잘 못해? 

니 / 자존심은 아직 살아 있군. 그럼 무슨 얘길 하려고? 

루 / 그게 말이야. 

니 / 부끄러워 말라고. 진리 앞에선 더더욱. 

루 / (저거 수염을 죄다 뽑고 싶다.)

니 / 어디까지 읽고서 내 천재성을 깨달았는지 그것부터 얘기해 보지. 

루 / 천재성은 개뿔. 읽기는 100페이지까지 읽었어. 

니 / 그랬더니? 

루 / 내가 약간 오해를 한 게 있어. 

니 / 후후후. 계속 해. 

루 / 지난번에 체제로서의 기독교에 대해서 니가 잘 모르는 것 같다고 했는데 그 뒤에 기독교의 역사에 대해서 잘 설명해 놨더라고. 

니 / 그건 이해가 되던가? 

루 / 당연하지. 나도 공감하는 내용이야. 기호라는 말을 종종 썼으니 나도 퍼스의 용어로 얘기를 하자면, 유대교의 역사를 지표(index)에서 상징(symbol)로 변한 거로 파악하고 있는 거잖아. 

니 / 퍼스? 처음 듣는 이름인데? 

루 / 미국 애야. 

니 / 미국? 인디언 사냥이나 하던 곳에서 무슨 철학자가 나온다고. 

루 / 닥쳐. 너보단 실용적이야. 퍼스에 의하면 지표란 굴뚝의 연기 같은 거야. 연기로 집에서 불을 때는 걸 알 수 있거든. 인과관계가 성립하는 거야. 넌 초기 유대교가 민족 신으로 그 민족의 힘을 표현하는 지표로서 신이 기능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잖아. (61p) 그래서 이때의 신, 즉 구약의 신은 힘의 과시, 무자비함을 종종 드러내기도 하지. 하지만 네 관점에 의하면 그건 아주 ‘자연적’인 거지. 반면 상징은 이런 인과관계가 없어. 닭둘기가 평화의 상징이 된 것처럼 아주 지맘대로야. 넌 유대 민족이 바벨론의 포로기를 거치면서, 다시 말해 나약해지면서 지표로서의 신을 잃어버리고 자신들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상징으로서의 신으로 바뀌었다고 얘기하고 있어. 

니 / 퍼스란 녀석 한 번 만나보고 싶군. 

루 / 맘대로 하든가. 암튼 ‘상징으로서의 신’으로 이행한 후 유대인들은 ‘죄’라는 개념을 가져왔다는 거야. 우리 죄가 많아서 이렇게 포로생활을 하고 있다는 거지. 너는 그게 못마땅한 거고. 그 시각에는 동의해. 우리로 치면 최근에 문창극이란 자가 그런 얘길 해서 아주 혼이 났거든. 

니 / 문창극도 기독교인인가? 

루 / 맞아. 

니 / 후후. 그럴줄 알았지. 

루 / 더 얘기해 말아? 

니 / 해봐. 

루 / 니가 예수에 대해 긍정하는 부분은 그거지. 예수는 사람들을 죄의식에서 자유케했다는 거야. 이후 바울의 기독교가 강조한 피안의 천국 대신, 천국이 너희 가운데 있다는 말로 현실을 강조한 거고. 뜬구름의 이념과 신 대신 실천을 통해 뜨겁게 살아 숨 쉬는 존재를 되찾았다는 거지. 그러나 바울이 다시 죄와 죄의식의 개념을 끌고 들어왔다는 거지. 그 이후의 역사는 ‘사제’들이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서 이걸 대중들에게 강요했다는 거고. 

니 / 완전히 바보는 아니군. 그걸 이해하고 나니 나한테 사과할 마음이 들던가? 

루 / 뭐래니? 웃기지 마. 사과는 무슨. 

니 / 내가 한 얘기를 알고서도? 

루 / 기독교가 죄의식으로 사람들에게 재갈을 물리고, 피안의 천국을 당근으로 쓴다는 네 진단은 일리가 있어.

니 / 재갈과 당근이라 좋은 표현이군. 그런데? 

루 / 뭐랄까? 공허하달까? 

니 / 참신하군. 자신의 무지를 공허로 표현하다니. 

루 / 앞부분에 연민을 들고 나와서 나도 헷갈렸는데. 실은 네 문제의식의 시작은 죄의식이야. 그렇지? 

니 / 계속해봐. 

루 / 실체 없는 가상의 신이 만든 율법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죄의식을 느껴야하는 부조리를 주목한 거지. 그래서 넌 율법의 부정하고 있어. 이를 더 확장하면서 칸트의 ‘정언명령’을 부정하고 있지. (33p) 세상에 근거를 댈 수 없는, 즉 자연적이지 않은 모든 도덕률들을 거부하려는 거잖아. 

니 / 그게 사람들을 숨막히게 하지. 

루 / 그 모든 정언명령을 지우고 그 공백은 뭘로 채울 거야? 

니 / 그걸 보고 노예의 도덕, 노예근성이라는 거야. 그걸 왜 채워야하지? 왜 스스로 죄의식의 노예가 되려고 하지? 

루 / 분명 교조가 되어버린 율법은 폐단이 있어, 하지만 그게 사회를 유지하고 문명을 만든 것이기도 해. 

니 / 구제불능이군. 

루 / 그건 너도 마찬가지야. 넌 그 자리에 초인이라는 이데아를 세워 놨으니까. 

니 / 궤변이군. 

루 / 생각해봐. 앉은뱅이 둘이 벌떡 일어났어. 하나는 신이 가라사대 일어나 걸으라, 라는 음성을 들었고, 다른 하나는 나는 초인이니까 일어나 걸을 수 있어, 라는 생각에 일어났어. 둘 사이에 어떤 의미의 차이가 있지? 실제 의미 작용에는 아무런 차이도 없어. 그래서 사람들이 너를 보고 그토록 증오한 형이상학의 굴레를 완전히 벗어내지 못했다고 하는 거야. 

니 / 내 책을 더 읽어야겠군. 초인은 실체 없는 이데아가 아니야. 감각의 영역이고, 실천의 영역이지. 

루 / 실은 그게 더 무서운 지점이야. 

니 / 무섭다니. 

루 / 내가 공허하다고 했지만 실은 네 논리는 귀결될 곳이 뻔해. 

니 / 내 논리의 종착지를 안단 말이야? 

루 / 넌 모든 정언명령을 인위적이라는 이유로 거부하면서, 국가 체제는 자연적인 것으로 규정하고 있어. (67p) 연민과 도덕률을 배제한 자가 지지하는 국가란 어떤 국가지? 약육강식의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가지. 네가 지워버린 이데아의 자리에 전체주의 ‘국가’가 들어선 건 당연한 일이었던 거지. 

니 / 내 이론을 이해 못 한 자들의 소치까지 나에게 책임을 지우겠다면 난 할 말이 없군. 역시나 시간 낭비였어. 더 이상 들을 수가 없군. 

루 / 야, 얘기하다 말고 어딜가? 니, 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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