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희망이란 길이 없다. 많은 사람이 그 길을 다니고서야 희망이라는 길이 생긴다’
누구한테 들었는지 이 문장의 출처가 <아Q정전>이라고 알고 있었다. 최근에 이 문장을 어떤 글에 인용할 일이 있어서 썼다가 원작은 알고서 인용이나 하자 해서 읽게 되었다. 기대했던 이 문장은 나오지 않았다. 아마 루쉰의 다른 글이었나 보다. 기대와는 달랐던 건 그것 만이 아니다. 근대화 시기의 중국의 위인을 다룬 거라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아큐라는 인물은 그 반대였다. ‘정신 승리법’이라는 관념의 세계에 살고 있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현실에 무력한 중국의 현실을 비판하려고 했던 것이다.
내가 읽은 책은 루쉰 소설과 함께 판화가 첨부되어 있다. 책 표지도 그 작가의 그림이었는데 딸기코에 긴 인중, 작은 눈을 보면 한눈에 아큐가 어떤 인물인지 알 수 있을 정도다. 읽는 내내 허삼관이 떠올랐다. 지금은 거의 기억에 남은 것이 없지만 우직하고 아둔하면서도 정감과 연민이 가는 캐릭터의 원조가 아큐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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