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

신비한 동물사전

자카르타 2017. 1. 28. 20:04




잘 감춘다. 크레덴스가 옵스큐러스의 숙주라는 걸 감춘 과정을 곱씹어 본다. 옵스큐러스의 숙주는 10살을 넘기지 못한다는 대사가 있었고, 크레덴스의 여동생 모데스티가 부르는 음산한 노랫말이나 오빠 크레덴스가 학대를 당하거나 무시당할 때의 모데스티의 반응샷은 모데스티 내면에서 어떤 감정의 변화가 있음을 상상케 한다. 꽤 공을 들여 크레덴스의 정체를 숨긴 셈인데… 막상 크레덴스가 숙주임이 드러났을 때는 그닥 큰 감흥은 없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래 아무래도 옵스큐러스처럼 포한이 맺히려면 크레덴스처럼은 당해야 한달까? 될 놈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

만약에 그레이브스가 크레덴스를 손아귀에 넣었다면 어땠을까? 옵스큐러스의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더 심한 고문을 했을까? <순교자들>처럼. 크레덴스의 양어머니에게선 오래된 역설의 진리를 본다. 마녀를 적대시 하는 사람이야 말로 마녀의 존재가 필요한 사람이고, 종종 그 자신이 마녀를 만드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는 것. 그리고 스스로 마녀가 되기도 하고.


신비한 동물들을 만나는 재미가 쏠쏠했고, <산해경>을 가지고선 왜 이런 작품을 만들지 못할까 궁금하기도 했다. 푸코가 쓴 비슷한 제목의 책도 있다는데 롤링의 원작과 푸코의 책은 어떤 전승에 얼마나 기대고 있을까? 뛰어난 상상력을 만나면 그 레퍼런스를 뒤지고 싶은 건 아마도 질투심?

'리뷰 >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의 이름은  (0) 2017.01.31
The Autopsy of Jane Doe  (0) 2017.01.29
판도라  (0) 2017.01.27
나, 다니엘 블레이크  (0) 2017.01.15
밀정  (0) 2017.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