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위기 끝.
26장은 신의 규례를 지켰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의 상황을 시뮬레이션 한다.
신의 규례를 지켰을 때의 상급은 단순하다고 할 정도다. 잘 먹고 잘 산다. 그 풍요는 '포도를 추수할 때까지 타작을 하고, 다음 해 파종할 때까지 포도를 추수한다'는 구절로 압축된다. 춘궁기가 없는 세상. 오랜 인간의 역사 동안 사람들이 바란 것은 이렇게 소박한 것이 아니었을까?
반면 신을 저버렸을 때의 징벌은 복잡하고 장황하다. 애굽에 내렸던 재앙이 그랬듯이 재앙 후 그럼에도 돌이키지 않았을 때에는 여기에 7배나 더 중한 벌이 내린다. 밑이 7인 로그함수.
1단계는 개인이 병들고 공동체는 적들의 침입을 받는다. 그보다 7배 중한 2단계는 하늘과 땅이 인간의 노력에 조응하지 않는다. 즉, 하늘은 비를 삼키고 땅은 식물을 뱉지 않는다. 이것보다 7배 심각한 3단계는 맹수로 상징되는 자연의 공격을 받고 4단계는 외침을 받는다. 이를 피해 성 안에 숨는다고 해도 역병에 휩쓸린다. 성 안에 숨어도 피할 수 없는 재앙의 묘사에 신의 집요한 집착까지 보인다. 식량은 떨어지기 시작하고, 5단계에 이르면 자기 자식을 잡아 먹는 지경에 이른다.
성경 기자는 이 단계를 파국으로 보고 있다. 이보다 더 중한 죄는 없다. 이때 민족은 와해되고 다시 애굽 종살이 하던 때로 돌아간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상황을, 성경 기자는 '땅이 안식에 들어갔다'라고 묘사한다는 점이다. 인간과 도시의 멸망을 자연의 휴식으로 인지하고 있다.
이전에 이 말씀을 읽을 때는 어마어마한 신의 저주로 느꼈는데, 지금은 조금 다르다. 인간 문화의 흥망성쇠 주기를 묘사한 것처럼 느껴진다.
27장은 '서원'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정확하게 어떤 맥락인지 모르겠다. 자기 몸과 재산을 교회에 바쳤을 때 교회에서 그 값을 어떻게 치러야 한다는 '공시 지가, 공시 인가'를 말하는 것인지? 아마도 그런 거 같은데 정확하지는 않다.
만약 그렇다면 지금 교회에서 걷는 헌금의 통념을 뒤엎는 얘기가 될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