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드라마

마스터 오브 제로

자카르타 2017. 5. 23. 00:57


요즘 <옥자> 때문에 넷플릭스의 제작환경을 많이 얘기하고 있는데, 정말이지 넷플릭스 오리지널들을 보면 감탄을 자아내는 작품들이 꽤 있다. <마스터 오브 제로>는 그 중에서도 넷플릭스의 자랑으로 삼아도 좋을 작품이다. 일 때문에 시즌1을 건너뛰고 시즌 2만 정주했지만 자유로운 형식과 실험정신은 여기서도 어김없이 발휘된다.

 

에피소드 10개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만 추려도 만만찮다. 1편은 이탈리아 고전인 <자전거 도둑>을 오마주 하느라 전체가 흑백이다. <자전거 도둑>과 비슷한 내용으로 외로운 데브의 생일을 탁월하게 묘사한다. 4편은 26분 내내 데브의 첫 데이트를 보여준다. 데이트 앱을 통해 만나는 여자들과 똑같은 레퍼토리, 똑같은 식당에서 나누는 의미 없는 얘기들이 간지럽다. 6편은 뉴욕에 사는 다양한 사람들의 하루를 다룬다. 뉴요커들의 일상이 그야말로 스치고 엮이면서 멋들어진 한편을 만들어 낸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8<추수감사절> 에피소드다. 데브와 드니즈의 유년기부터 최근까지 반복된 추수감사절을 이어가면서 이들의 성장과 가족의 확장을 섬세하게 그리고 유쾌하게 그려낸다.

 

얘기는 안했지만 다른 에피소드의 내공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도 가장 부러웠던 것은 한 시즌 내에서 이렇게 다양한 스타일과 이야기의 전개를 허용해 준 넷플릭스다. 이런 걸 보면 단지 스크린 상용이 아니라서 영화에서 배제한다는 어느 심사의원의 얘기엔 그저 헛웃음이 나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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