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드라마 여러모로 어설프다.
중반 이후 유정이 도현에게 복수를 꾀할 때 복수의 동선이 바느질처럼 종종 사라지더니 결국은 유정의 복수 의지와는 상관없이, 도현의 모친의 악행이 드러나면서 갑자기 도현이 회심을 하면서 끝을 맺는다. 누가 어떤 정보를 가지고 있는지, 그 정보 때문에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유정이 복수를 다짐했으면서도 민혁에게 도현의 범죄 사실을 밝히지 않는 것도 억지스럽고, 민혁이 약혼자에게 도현의 정체를 밝히지 않는 것도 이해가 안 된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 끝까지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대부분 전반부 - 감옥에서 나오는 4부까지 쾌속정을 탄 듯이 이어지는 속도감과 거기서 구축되는 기본 감정들이 충실한 때문인 것 같은데. 주인공 유정의 억울한 사연과 도현의 배신, 민혁의 복수심이 설정되고 나니 그 뒤에는 비탈을 내려오듯이 빨려들어간다. 인물들의 감정이 어떻게 진화되는지 뚜렷하지는 않다. 도현이 유정에게 어떤 마음을 품는지, 민혁이 유정에게 어떤 마음을 품는지 모호하게 진행되다가, 시청자는 갑자기 유정과 도현의 결별을 맞게 되고, 민혁과 유정의 키스신을 보게 된다. 그러나 그 장면이 어색하지가 않다. 시청자들이 이미 예상을 하고 기다리던 장면이기 때문이다. 서사에서 정보가 불충분하게 제시되는데도 관객들에게 납득을 시키는 것을 보면 작가가 뛰어난 것인지 이야기의 힘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초반 기막힌 설정을 한 덕이 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