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드라마

아메리칸 반달

자카르타 2017. 8. 5. 22:53



아메리칸 반달

 

학교 주차장에 세워 놓은 선생들 자동차 27대에 고추를 그려놓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건의 충격과는 대조적으로 학생과 교직원은 모두 평소 꼴통짓으로 유명한 딜런을 용의자로 지목한다. 이 일로 퇴학은 물론이고 법적 처벌까지 받게 되자, 딜런은 자신의 소행이 아니라고 적극 부인한다. <아메리칸 반달>은 딜런의 학교 친구 둘이 만든 그것이 알고 싶다인 셈이다.

 

딜런이 거짓말쟁이거나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 쓴 것이거나. 이야기는 선택지 단 두 개 사이를 진동하지만 단순하지 않다. ‘아메리칸 반달팀이 딜런을 궁지에 몬 증거들을 겨우 각개 격파해 나갈라치면, 곧바로 딜런의 뻔한 거짓말이 드러난다. 그리고 딜런의 혐의가 확고해질 찰나 다시 진자는 반대쪽으로 급히 튕겨 나간다. 그건 치밀하게 얽힌 복선과 반전의 직조물이 아니라, 얼기설기 엮은 나뭇잎 팬티 같다.

 

사건의 진실을 폭로하는 것은 결코 감출 수 없이 발기한 욕망들이다. 선생이든 학생이든 한 꺼풀만 들추면 드러나는 진실을 제 딴에는 용케 감추고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조잡한 허위가 사건 이전까지 지탱될 수 있었던 것은 무엇 때문일까? 작가는 그 이유를 낙인으로 꼽는다. 딜런에게 꼴통이라는 낙인을 찍듯, 누군가에게는 올해의 교사를 수여하고, 누구는 차세대 리더로 치켜세운다. 그 낙인이 사건의 진실을 감추고 또 예언의 기능까지 수행한다.

 

학원물 라벨을 붙이기에는 사회에 대한 통찰이 돋보인다. 하긴 학교도 사회인데, 왜 종종 사회와 격리된 별천지로 그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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