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은대학’에 돌아온 뒤에도 여전히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한 의문, 회의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그런 중에 ‘몸 일기 워크숍’에서 뵌 김혜련 선생님의 추천을 받아 이 책 <전체주의의 시대경험>을 읽게 되었고, 자본주의 시대 그리고 도시라는 환경 속에서 맞는 ‘경험’에 대한 귀중한 통찰을 얻었다. 물론 아직 소화 전이지만.
‘Ondoyant et divers (다양한 물결)’ 몽떼스키외의 저작에 나오는 이 단어를 빌어, 저자 후지따 쇼오조오는 수용의 철학을 말한다. ‘살아 움직이는 평형감각과 상호 관심과 관계.’ 이것이야 말로 ‘현대 전체주의 사회의 최대 이물질’이 될 것이라 자신한다. 맥락 상으로는 직장암 투병 생활을 하는 저자의 삶에의 의지를 표현한 말이지만 이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 이기도 하다.
내 식대로 이해한 것을 정리하자면 이 다양한 물결과 같은 경험의 총합이 이 세계이며 그 경험 겪어내야만 우리의 세계 인식이 진보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경험의 불확실성, 예측불가능성이 두려운 나머지 이제 사람들은 그 경험 자체를 회피하기에 이르렀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그리고 그렇게 나타난 것이 거대한 프로젝트다.
최근 도시재생이나 정부에서 주도하는 사업들을 봐도 비슷하다. 자칭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 대상과 만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날 것의 경험’에 대한 인식은 현저히 낮다. 프로세스는 이런 경험들을 배제하고 통제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다양한 주민들의 욕구, 욕망이 분출될 수 있는 기회는 ‘공청회’라는 강당 중심 일방향의 발화로 갈음되는 등 예측가능한 경험들만 프로세스에 편입된다. 저자는 이러한 경향을 ‘안락을 향한 전체주의’로 규정한다.
이 책은 전후 일본의 변화 과정과 궤적을 같이하면서 적극적으로 발언해온 저자의 글들을 모은 책이다. 천황제에 대한 일갈과 경제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은, 3,40년의 시차를 둔 우리 상황에도 큰 울림을 준다. 특히 이 모음집의 제목이 된 <전체주의의 시대경험>에서는 전체주의의 세 가지 양식을 제시하면서 현재 우리 사회에 스며든 전체주의와 그로 인한 여러 병폐들을 꼬집는다.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부분들이 많기도 하고, 또 오래 기억할 글들도 많아 두고 두고 다시 읽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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