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

1987

자카르타 2018. 1. 26. 17:48




90학번인 내게 80년대 학번 선배들은 구세대였다. NL후보로 나왔으면서 NL이 national loving이라고 할 정도로 무식했고, 우리를 자기 맘대로 '참교육 일세대'라며 딱지 붙일 정도로 무례했고 무엇보다 촌스러웠다. 91년도 수 많은 동기들의 죽음 때문에 느낀 부채감, 죄책감이 간신히 그들에 대한 반감을 가렸던 것 같다. 

졸업 후에도 누군가 우리 71년생들을 386과 묶으려고 하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들의 영웅담이 부럽기도 했겠지만, 우리 또래는 우리의 서사를 쓸 백지가 따로 있을 것처럼 굴었다. 

386이 486도 됐다가 지금은 586이라고도 하지만, 그보다는 '기득권'이라고 퉁쳐도 그만인 세대로 여기고 지낸 지도 꽤 되었던 것 같다. 지금의 세련된 야만에 대한 책임을 질 사람들이 오히려 후배 청년들의 등을 다독이는 거 보면서 '병 주고 약 주는' 셈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 판단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이 영화는 잘 만들었다. 

만들기를 아주 잘 했고, 만들기도 잘 만들었다. 이렇게 치하하며, 한 시대를 정리할 만한 세대들이다. 딱 알맞은 때에 적절한 영화를, 좋은 감독이 만들어서 다행이다. 형들, 누나들, 고생했어요.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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