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책

만물의 공식

자카르타 2018. 5. 26. 21:26


뉴튼은 세상을 구성하는 모든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알 수만 있다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과학과 기술이 곧 세상을 구원할 수 있으리라는 낙관은, 미립자의 단위에서는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측정할 수 없다는 불확정성의 원리에 이르러 무참히 붕괴된다. 


하지만 뉴튼의 호기로운 프로젝트는 여전하다. 아니, 이미 조작된 미래가 곳곳에서 현실을 잠식하고 있다. 이른바 빅 데이터. 컴퓨터로 인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속도가 무지막지하게 빨라지면서 이전엔 상상도 못한 변화가 진행중이다. 

저자는 데이터를 처리하는 알고리즘이 어떻게 인간의 삶을 조작하고 있는지, 앞으로 이 변화는 어떤 파장을 가져올 것인지를 예측한다. 유명인의 결혼 생활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지 알아내는 공식부터, 판사를 대체할 알고리즘, 그리고 인간대신 창작할 수 있는 알고리즘까지 전망한다. 저자는 가능하다 불가능하다의 문제가 아니라, 이를 가능케할 알고리즘에 담길 윤리의 문제를 지적한다. 

책을 읽게 된 것은 제목을 오독한 탓이다. ‘만물의 공식’이라는 말을 ‘만사의 전개 방식, 플롯’ 정도로 이해했던 모양이다. 비주얼 레코딩에 도움이 될까하여 봤는데, 저자는 변화의 원인을 이해하는 공식과 움직임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알고리즘을 구별없이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알고리즘에 대한 내 이해가 틀렸을지도.) 

AI가 그 어느때보다 위협적으로 인식되고 있어서, 저자의 진단은 그다지 새로워 보이지 않는다. 다만 기술과 알고리즘이 객관적이고 중립적이라는 통념에 대한 지적은 유념할 만하다. 이 책에 나온 사례처럼 얼른 판사나 알고리즘으로 대체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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