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

마녀

자카르타 2018. 8. 5. 15:23




영화 <악녀>가 떠오른다. 비슷한 소재인데, 또 만듦새도 거의 비슷한데-사실 카메라 기법의 실험은 오히려 <악녀>가 박수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왜 <악녀>는 그토록 재미가 없었을까? <마녀>와 달리 <악녀>에서는 액션에 감정이 실리지 않았기 때문인가? 시간이 상당히 지났기 때문이긴 하지만 <악녀>의 주인공이 무엇때문에 그토록 분노한 것인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악녀는 뭣 때문에 그렇게 화가 나 있었던 거지? 나무 위키에서 줄거리를 다시 훑어보니 사건도 많고 이유도 많다. 아버지가 죽고, 남편을 잃고, 딸도 위기에 빠지고, 연인도 잃는다. 그런데 이게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너무 신파여서? 영화 참 어렵다. 


<마녀>는 오히려 그 반대다. 감정을 쌓는 장면을 최대한 절제한다는 느낌이다. 영화의 중반까지 주인공의 동기는 쓰러져 가는 가세와 엄마를 지키겠다는 의지만 보인다. 절정에 이르면 이 의지의 이면을 들춰내면서 주인공 캐릭터를 입체로 만든다. 그렇다고 반전을 <마녀>와 <악녀>의 차이로 꼽기는 부족하다. <악녀>역시 죽었다고 생각한 남편이 살아돌아오는 반전을 겪으니. 중요한 차이를 꼽자면 결국 주인공 캐릭터가 얼마나 주도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느냐의 차이가 아닐까. <마녀>의 경우 모든 이야기가 주인공의 사악한 계획에 의해 주도면밀하게 기획된 반면, <악녀>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시종일관 ‘악녀’는 ‘적’들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그리고 그 적은 ‘조력자’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조력자들의 분량이 짧아 그렇지 서사의 방향을 바꾸는 것은 이들 조력자들이어서, 주인공은 무력하기 그지없다. 


승패를 가르는 ‘악녀’의 ‘몸의 힘’은 캐릭터에 전혀 이바지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마녀’의 ‘정신의 힘’은 ‘몸의 힘’과 구별되지 않는다. 절정을 관통하면서 이전 캐릭터와 균열 양상을 보이자 마지막 아버지와의 대면을 통해, 역시 그 본성은 감춰지지 않고 꾸준히 드러나고 있었음을 술회한다. 혹자는 이렇게 대사를 통한 정보 제공이 미숙하다고 적기도 했지만, 전반부를 기억 상실증에 걸린 캐릭터로 밀고 가야한 상황을 생각하면 궁여지책일 수 밖에 없다. 악녀가 그 탁월한 몸을 가지고서도 현모양처의 심성과의 분열 양상을 보였다면 마녀는 그 둘을 꽤 그럴 듯하게 봉합한 것이 두 영화의 성패를 갈랐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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