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책

호숫가 살인사건

자카르타 2018. 8. 16. 18:27




어느 사립고 교사가 자녀에게 시험문제를 유출한 걸로 의심받는다. 사실이라고 해도,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우리네 교육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교육문제는 백약이 무효인 듯. 결국 사람이 줄어서 사람값이 올라가면 해결될까? 일자리가 넘쳐나 청년실업이 줄어들고 있다는 일본을 보면 그건 또 별개의 문제인가 보다. 적어도 히가시노 게이코의 <호숫가의 살인사건>을 보면 그렇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일본의 교육은 여전히 아귀다툼의 지옥이다.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든 게 2004년이라니 시차가 있는 것일지도. 

이야기는 어느 호숫가 별장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 시작된다. 자녀들의 사립중학교 진학을 위해 네 가정의 아이들과 학부모 그리고 과외교사가 모인 곳에 한 여자가 찾아오고 그가 살해당한다. 이야기는 살인을 감추기 위한 공모로 시작되지만 점차 살인보다 더 추악한 그리고 서글픈 이들의 속살이 드러난다. 단지 자녀의 사립중학교 진학을 위해서... 이 모든 상황이 초래됐다니! 그 내리막의 끝에서 돌아본 추락의 과정은 그러나, 억지스럽지 않다. 우리에게 그 어떤 형태로든 브레이크가 없다면 욕망의 가파른 내리막에서 점점 추락의 속도를 더하기 마련이라고. 히가시노 게이코는 냉정하게 진술한다. 그리고 마지막, 독자에게 너의 선택은 뭐냐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곱씹어 보면 이 이야기에 나오는 사랑은 모두 굽어있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학대하고, 사랑이란 이름으로 살인과 부정을 감춘다. 이 정도라면 사랑을 담는 이 세계가 굽은 것이 아닌가 싶다. 히가시노 게이코는 끝까지 그 왜곡된 사랑을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우리 삶의 장을 왜곡시키는 거대한 힘을 암시한다. 그게 뭔지는 마지막 단어 뒤 마침표 안에 있겠지. 마지막 묵직한 한방이 대단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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