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책

작은 마을 디자인하기

자카르타 2021. 5. 30. 22:22

 

<커뮤니티 디자인>이란 책을 쓴 야마자키 료와 건축가 이누이 쿠미코의 왕복 서간집이다. <커뮤니티 디자인>에서 야마자키 료의 스튜디오-L의 사례를 읽은 재미가 쏠쏠했다면, 이 책에서는 건축과 경관 디자인, 커뮤니티 디자인에 이르는 지형들을 훑고 있어 버거운 면이 있다. 소개된 책들을 다 보면 좋겠으나 찾아보니 아직 번역되지 않은 책이 태반이다.

 

2011년 6월부터 다음 해 5월까지 1년간 주고받은 38통의 편지가 담겼다. 계절별로 네 개의 챕터로 나뉘었는데, 첫번째 챕터는 경관 디자인으로부터 시작해 참여형 디자인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주로 건축과 경관 디자인에서 어떻게 '참여형 디자인'이 이뤄지게 되었는지 흐름을 담고 있어서 레퍼런스를 따라가기가 바쁘다.

 

두번째 챕터부터는 주민 참여의 실제와 커뮤니티에 대한 것을 다루고 있어 지금 현장에서 내 고민과도 맞닿는 지점이 있어 반갑다. 도시재생에서 '참여'를 강조하지만 '참여'했다한들 그들의 대표성을 어떻게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에 대해서 그는 '참여하지 않은자의 의견까지도 반영'한 계획을 말한다.

존 롤스의 공평성의 원리를 들어 제시한 주민의 참여 원칙은 곱씹을 만하다.

1원칙. 스스로 주체적으로 참여하려는 사람을 모아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것.

2원칙. 모인 사람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

3원칙. 그 프로젝트를 외부에서 바라보고 참여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언제든지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주민 참여의 과정 자체를 디자인해야 한다는 말은 이 책에서뿐만 아니라 최근들어 여기저기서 자주 듣는 얘기다. 그는 '재밌다, 옳다, 즐겁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한다. '즐겁지 않은 참여'를 강제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된다.

건축가 이누이가 질문하면 야마자키 료가 대답하는 식이라 후자의 편지에는 실제 사례가 많이 담겨 있다. <커뮤니티 디자인> 만큼은 아니지만 꽤나 유용한 이야기들이 많다. 주민 모임과 술, SNS의 활용, 전문가와 주민의 의견이 부딪힐 때의 방법 등 팁 같은 이야기가 있는가하면 '커뮤니티는 배타적인 인상을 주기 쉽다. 그 폐쇄된 면을 다시 열기 위해 중요한 요소가 바로 '아름다움'이며 '공감'이다.'처럼 시야를 틔워주는 이야기들도 있다.

 

야마자키 료는 '우리가 그 커뮤니티에서 필요 없는 존재가 되는 것'이 스튜디오-L의 목표라고 한다. 세운에서 거버넌스 조직 운영 용역의 마지막을 앞두고 있는 땡땡에게도 중요한 화두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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