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책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자카르타 2021. 3. 28. 23:26

 

순번을 기다려야 하는 줄에서 웃돈을 주고 새치기 하는 것은 정당한가? 선뜻 아니라고 하기 어렵다. 놀이동산이나 극장에도 비행기에도 VIP코스가 따로 있으니.

어떤 긍정적인 행위를 장려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어떤가? 이 외에도 이 책엔 다양한 일상에 스며든 시장을 소개한다. 이전에는 차마 팔 생각도, 사려는 생각도 하지 못한 것이 돈으로 환산되고 거래되고 있다.

공장의 모든 노동을 계량하고 시간 대비 비용으로 환산한 테일러를 연상케 한다. 지금은 굳이 공장이 아니더라도 우리네 모든 행위가 돈으로 계량되고 만 것 같다. (이 책과는 다른 얘기지만, 그토록 떠드는 '공유'도 나에겐 그저 팔 수 있는 건 모두 팔라는 얘기에 불과하다.)

시장의 확대 혹은 침투로 인해 우리가 얻는 것과 잃는 것은 뭘까? 저자는 가치의 훼손, 즉 타락이라고 진단한다. 그리고 모든 것을 시장이 가격을 통해 결정 내리기 전에 우리의 관행과 재화의 의미를 다시 숙고하자고 제안한다.

읽으면서 도시재생에서 '주민공모사업'을 떠올랐다. 주민의 참여를 촉진시키기 위해 도입된 것이지만, 오히려 주민공모사업 때문에 도시재생에 기브 앤 테이크의 거래만 남게 된 측면이 크다. 이 책에서 말하는 '인센티브'의 폐해다.

대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이지는 않고, 실천적인 면은 더더욱 모호하지만 모든 환산하고 마는 '노멀'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리뷰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짧게 잘 쓰는 법  (0) 2021.04.28
기획이란 무엇인가  (0) 2021.04.17
비주얼 리더  (0) 2021.02.23
골목길 자본론  (0) 2021.02.07
오직 독서뿐  (0) 2020.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