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6화까지 보고 한동안 뒤척였다. SBS 뉴스에서 팩트첵크를 했듯이 드라마에 나온 가학이 일부 극단적인, 한때의 이야기가 아니라 여전히 현재 진행형의 이야기라지만, 설혹 그런 극단을 경험하지 않았더라도 군의 폭력은 어디에나 만연했다.
이쪽에 있는 아름드리 나무를 뽑아다 다른 쪽에 옮겨 심으라는 명령처럼 어떤 부조리한 명령도 빛이 있으라는 신의 언명처럼 성실하게 이뤄지는, 늘 화를 참고 있었던 중간 고참의 인내에 촉수를 곤두 세워야 하는, 군대 좋아졌다는 말에 형벌을 유예받고 있는 느낌이었던, 권한을 가질 어떤 자격도 훈련도 받지 않은 일반 병이 절대 권력을 휘두르게 방조했던, 그래서 누가 선임이 되느냐에 따라 군생활이 좌지우지되었던, 너무 부조리해 마치 블랙 코메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았던, 그래서 무감해졌던.. 이 미친 세상에선 이게 법이라, 그래도 되는 줄 알았던 세상이라.
얼차려를 받은 날 화장실에서 목을 멘 내 동기나, 훈련 중 이탈해 나무에 목을 멘 우리 소대 막내나, 손목을 긋고 생쇼한다고 놀림을 받았던 아래 대대 신병이나, 총기 사고로 죽은 8중대장이나.. 그들의 죽음을 대면했든 돌고돌아 행정반 게시판의 사고사례 전파로 마주하든 그냥 운 좋은 우리는 가슴만 쓸어내려야 했었다.
생존자들.. 전역자라고 하는 생존자들은 가해자가 되거나 무용담의 주인공이 되거나 기억을 잃어버렸나? 그 어처구니 없는 세상은 왜 아직 바뀌지 않고 대물림하게 내버려 뒀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