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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 넘치는 글쓰기를 위한 아이디어

유명 작가들의 글쓰기 책을 읽을 때, 쿵후허슬의 주성치처럼 막힌 혈을 뚫어서 숨겨진 글쓰기 신공이 발휘될까 하는 은근한 기대를 가졌다면 곧 실망하게 된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도 이 부분을 확실하게 정리하고 들어간다. '...재미있는 책을 어떻게 써야 할지 설명하기란 불가능하다.' 글쓰기 책들을 거칠게 요약하자면 스티븐 킹이 얘기했던 것처럼 '벽에 기다란 쇠꼬챙이를 꽂아놓고 퇴짜맞은 원고들을 쌓아나가라'는 메시지의 반복이다. 그럼에도 이런 책을 읽는 이유는, 수 백 페이지를 채운 글쓰기의 고단함에 나는 얼마나 근접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일 듯 싶다. 그에 비하면 나머지는 소소하다. 소설을 굳이 정통과 미스터리를 나눠 차별하는 미국 문단에 대한 그의 푸념도 재밌고, 작가 주변 일상의 소재에서 시작하라는 이야..

리뷰/책 2021.08.29

더 바

연출이 인상 깊어 감독의 전작들을 찾아 봤다. '옥스퍼드...'가 2008년이고 가 20017년이니 거슬러 내려온 셈이다. 한 공간에 영문도 모르고 갇힌 사람들의 이야기다. 밀폐이긴 한데, 도심 속 도로를 향해 통창이 나 있는 바가 배경이어서 색다르다. 밖으로 나가려는 사람은 두어 발짝을 떼기도 전에 저격수에 의해 살해당했다. 바에 남은 사람은 8명 그리고 화장실에 처박혀 구멍이란 구멍에서 죄다 오물을 쏟아내는 남자 하나. TV는 총격 사실을 전하지도 않고 왜곡된 보도만 하고 있자, 사람들은 짐작한다. 정부가 자신들을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통제하고 있다고. 이유는? 자연스럽게 화장실의 남자에게로 혐의가 쏠리는데, 남자는 이미 가사 상태. 이들의 예상대로 정부는 바의 내부를 소각하고 소개 작전을 치르지만 ..

리뷰/영화 2021.08.01

재난 불평등

사기는 했지만 막상 읽으려니 뻔한 얘기이지 않을까 짐작했었는데 읽은 보람이 있다. 가난한 사람들이 재난에 더욱 취약하다는 걸 부인할 사람은 없겠지만, 저자는 재난이 일어나기 전과 재난 시 그리고 재난 후 복구로 나누어 각각 불평등이 어떻게 구조화되어 있는지 설명한다. 1장에서 저자는 우선 '재난' 그 자체에 대해 중립적인 태도를 취한다. 재난은 그 자체로는 선도 악도 아니다. 홍수로 땅이 비옥해지거나 지하수량이 풍부해지는 것처럼 경제적인 면을 놓고 보더라도 재난 복구 시기에 더 큰 성장률을 보이기도 한다. 저자는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가 재난에 은유가 아닌 그대로 적용될 수도 있다고 한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2장부터 저자는 재난의 피해를 확대하는 요소를 지적한다. 재난에 대비한 법규를 집행하지 ..

리뷰/책 2021.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