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2020.09.06. 리뷰)
12년에 처음 읽고 쓴 리뷰에는 몇 가지 불만들이 적혀 있다. 1. 국뽕이 세다. 2. 옛날 고문헌의 도해를 그대로 넣은 것은 텍스트 부연 설명으로는 정확히 어떤 구조와 원리인지 알 수가 없다. 3. 레퍼런스를 적지 않아 더 자료를 찾아볼 수가 없다. 4. 과학기술 측면에서 고증되지 않아 그 성능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다.
다시 읽어보니 국뽕은 그다지... 내 오독인 것 같다. 거북선 철갑설에 대해서도 과학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고, 중국의 영향이나 일본의 영향에 대해서도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있다. 다만 비거(하늘을 나는 수레)처럼 전설일 확률이 높은 것은 문헌에 나온 대로만 설명하고 있어 오히려 다른 설명들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다시 읽어도 우리 화기 체계가 상상외로 방대한 것에 놀란다. 활과 화살에 대한 기록도 흥미롭고. 외국은 옛 문헌대로 옛기술을 활용해 옛 병장기를 만드는 작업들도 꽤 하던데, 우리나라에도 그런 연구 작업이 있다면 좋겠다. 그렇게 하나둘 만들어본다면 당시의 기술 체계를 이해하는데 상당히 도움이 될 듯한데.
저자가 기술분야의 자문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는 것은 곳곳에 드러나고 있긴 하지만, 실제 설명대로 기능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것도 꽤 있어서 기술자가 과학자의 검증도 곁들인다면 더 좋았겠다. 과학사 측면에서는 이런 기술이 왜 후대에 축적되지 않는지가 궁금하다. 우리만의 특징인지. 이 다음에 읽은 박성래의 <한국과학사상사>가 이런 내용을 설명해줄까?
한때 사극을 보면 포졸이나 나장들이 온통 삼지창만 들고 있었는데, 이런 책들 덕분에 고증이 풍부해지는 것 같다. 지금 우리 병기체계에 대한 책 중에서는 가장 교과서로 삼을 만한 책이다.
(아래는 2012.11.24. 리뷰)
화염 조선
처음 사극 시나리오를 쓸 때가 2005년이었는데 그때는 정말 우리 무기나 과학기술에 대해서 참고할 만한 책이 거의 없었다. 7년이 지난 지금은 생활사와 풍속사 등이 주목받기 시작한 여파인지 이런 전문분야 역사서도 꽤 나오는 것 같다. 이런 세세한 부분을 자신의 전공을 살려 그 지식을 공유하려고 연구하는 이들이 참 고맙기 그지없다.
화염조선은 비거에 관한 자료를 찾기 위해서 산 책이다. 이번에 원고를 쓰는 중에 다시 살펴보게되었는데. 그 사이 공부가 조금은 늘었는지 처음 읽을 때보다 이해되는 것도 꽤 있어 반가웠다. 저자는 주화, 신기전, 총통, 거북선, 비거 등등 당대 세계와 견주어 손색이 없는 조선의 무기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 처음은 화약의 자국 생산이 가능하도록 길을 열었던 최무선의 이야기부터 시작해 쇠뇌에 대한 이야기로 끝낸다.
다양한 무기들의 유래와 파생된 유형들 그리고 당대에 어떻게 쓰였으며 어떤 가치를 지녔는지를 종횡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술술 잘 읽힌다는 장점도 있는가하면 중복되는 설명들도 꽤 있고, 그림 도해가 옛날 자료들 위주로 보여주고 있어서 정확하게 어떻게 사용했는지 알아보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이건 들녘에서 출판한 무기와 방어구 시리즈와 비교해보면 더 두드러진다. '무기와 방어구' 시리즈가 일본 작가가 꼼꼼하게 쓴 원서를 번역한 거라 그쪽의 일러스트 내공과는 애초에 비교할 수 없는 한계를 가지지만 화염조선이란 책이 드물게 우리 무기체계 그것도 조선조의 무기체계에 대해 집중한 책이기에 그런 아쉬움이 더욱 남는다.
또 과학 기술 분야 전문가에게서 검증을 받았는지 의심스러운 부분도 몇몇 있다. 무기라는 것이 화학과 물리학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라 어떤 성능에 대해서 설명할 때는 그런 근거들도 보강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들었다. 또 우리 무기라고 해서 점수를 더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 곳도 몇 군데 있다. 가령 화포의 죽절이 명나라보다 우리 나라가 더 많았다며 우리 화포의 과학 기술이 뛰어나다는 설명은 의아하다. 명나라 화포에도 죽절이 있다면 그건 죽절의 냉각기 기능에 대해서 명나라 기술진도 이미 알고 있다는 얘기일 것이고 그럼에도 우리 보다 죽절이 적은 것은 그만큼 화포 주조기술이 뛰어났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이 책만이 아니라 우리 문화를 소개하는 책에서는 종종 우리 것이 최고여, 하는 시선들을 종종 발견하게 된다. 사실을 강조하는 거야 뭐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가 중국의 영향을 받은 것, 기술이 거기에 미치지 못한다 하더라고 그럴 수 밖에 없었던 환경이라던가, 그럼에도 유효했던 상황을 적절히 제시해주는 것이 더 타당한 접근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지만 이 책 때문에 상당히 많은 것을 얻었다. 지금 쓰는 시나리오를 계속하는 동안에는 내 책상 옆에 항상 있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