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 잘 알지도 못하면서 리뷰라고 남기는 중. 2009년도 영화다. 거슬러 올라갈수록 더 재밌다. 고현정이나 엄지원, 하정우와 같은 배우들의 다른 모습을 보는 재미도 솔솔하고, 다른 영화보다 더 두드러지는 자기 영화에 대한 변명도 재밌다. 이 즈음이 서사에 있어서는 가장 복잡해지는 무렵이 아닌가 싶다. 제천이나 제주나 우연히 옛 인연을 만나 사건을 만든다. 여전히 허명에 의지해 살아가는 감독은 어찌 보면 억울하다 싶은 순간에 말려든다. 첫번째 정유미와의 사건에서 그가 정말 강간을 했는지는 잘 모른다. 정유미와 그 남편의 반응을 보면 한 것 같기도 하지만 반면 엄지원이 강간을 당했다는 얘기에 대한 반응은 또 다른다. 하긴 그게 주인공의 위선을 얘기하는 것일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굳이 정유미의 집을 찾아가는 것은 그가 오해를 받았다는 추측을 하게 한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정죄하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일까? 아니면 '잘 알지 못해' 수시로 진창에 구를 수 밖에 없는 인생에 대한 얘기일까? 제천 편에서 기자가 감독에게 하는 얘기에는 상당히 공감을 하겠다. 사람의 심리를 이해하는 또 다른 기준을 얻은 것 같다고. 사실 홍상수의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이 쉽게 이해되지는 않아도 주변에 종종 발견하는 인물들이다. 너무 가까워서 탈이지만. 그 인물들에 주목하고, 어떤 목적이나 의도가 배제된 채로, 커다란 물음표를 달고 내놓을 수 있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시선이다. 어제 <하하하>를 보고 자면서는 그런 생각을 했다. 홍상수의 영화에 나오는 유준상의 캐릭터가 결코 멋있거나, 또 그 영화들이 많은 관객을 끄는 영화는 아니지만 다른 어떤 영화를 할 때보다 배우로서는 행복하지 않을까? 우디 앨런도 그렇고 홍상수도 그렇고 이렇게 매년 - 아마 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와 '옥희의 영화' 즈음에 그런 변화가 있었던 것 같은데, 뭔가 자유롭게 단지 일상이자 직업으로서의 영화 만들기를 하게 된 것이... - 영화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의 이야기의 색다른 맛을 느끼는 중이다. 그리고 요즘은 뜸하지만 홍상수의 페르소나는 역시 김태우가 아닐까, 그런 생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