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드라마

일지매(2008)

자카르타 2014. 2. 22. 21:11



일지매

정보
SBS | 수, 목 21시 55분 | 2008-05-21 ~ 2008-07-24
출연
이준기, 한효주, 박시후, 이영아, 이문식
소개
그때가 조선 중기였을 거다. 한 사내가 있었다.아니 사실은 있지 않았다. 왕이랍시고 양반이랍시고 꼴값을 떠는 작자들을 시원하...
글쓴이 평점  



전해들은 얘기인데, 방송가에서 신인 작가나 영화쪽 작가들이 쓴 대본을 보고서 하는 얘기가 있단다. 

제발 뒤에 나온다는 얘기는 하지 말아달라고. 드라마의 호흡에 서툰 작가들은, 영화처럼 시리즈의 후반 회차에 반전들을 설계해 놓고는 앞부분에 대해서는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거다. 초반에 시청률을 끌어올려야 하는 드라마의 속성상 '뒤에 있다'는 얘기는 전혀 소용이 없는, 공염불에 불과하고 그런 시나리오는 당연히 편성 회의를 통과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영화와 드라마의 호흡의 차이에서 나오는 문제 중 하나다. 


그 밖에도 드라마와 영화의 차이는 많지만, 이건 내 전공 분야가 아니니, 라고 생각해버리면 도대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중요한 건 왜 이런 스타일의 차이가 생기는가에 대한 분석이다. 짧은 기간이지만 드라마를 쓰면서 얻은 교훈은, 영화나 드라마나 궁극의 화두 - 수요자의 눈높이에서 생각해 본다면 스타일의 차이는 충분히 예상가능하고 적응 가능하다는 점이다. 


아무튼 그런 생각을 하고 보니, 이전에 유치하다고만 생각했던 드라마의 과장, 반복, 클리쉐들이 나름 타당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는 걸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 오글거림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찌해야할지도 어렴풋이 보인다고나 할까? 

2008년에 제작된 이준기 주연의 <일지매> 역시 1부 초반을 볼 때는 유치한 대사하며, 빤한 설정들이 상당히 거슬렸다. 그러나 어떤 특정한 감정을 이끌어내려는 목표에는 상당히 일관되게 서사를 구성하고 있었다. 가령 1부에서는 우연히 얽히는 사건들을 통해서 주요 인물들 사이의 복잡한 인연을 설명한다. 차돌이가 변식의 아들로 입양되는 과정은 상당히 억지스러웠지만 그 외에는 대체로 전체 구조를 예측가능하게 하는 인물의 관계를 1부에서 완성한다. 그리고 그 관계는 대체로 혈연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상당한 아이러니를 자아낸다. 


2부 이후 중반까지는 지루할 만큼 일지매가 되기 전의 용이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해보면 그 과정이 일관되게 기여하는 것은 용이가 의적으로 변모하기 위한 고난의 체험이다. 아마 이 과정이 부실했더라면 개인의 복수가 어떻게 의적 행위로 이어질 수 있는지 모호했을 게다. 


20부작 전체를 관통하는 얘기는 일지매 겸이의 복수 이야기다. 그러나 작가는 그 사이에 의적 일지매의 톤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겸이의 고난과 깨달음의 과정을 안배해 놓았다. 그리고 매 순간 겸이가 딜레마의 상황에 처하게끔 관계를 설정해 놓아 시청자들의 관심을 유지시키고 있다. 예전같으면 야비한 재능이라고 손가락했을지 모르지만 지금 막상 쓰는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니 이것 역시 상당한 재능이다. 


몇몇 뻔뻔한 설정과 전개만 조금 더 세련되게 다듬었더라면 더 뛰어난 작품이 되었을지 모르겠다. 김무열이나 안길강 같은 배우들의 과장된 연기도 드라마와 이상하게 어울린다. 이문식은 여기서 활짝 피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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