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드라마

돌아온 일지매

자카르타 2014. 3. 2. 23:37


돌아온 일지매

정보
MBC | 수, 목 22시 00분 | 2009-01-21 ~ 2009-04-09
출연
정일우, 윤진서, 김민종, 정혜영, 박근형
소개
태어나자마자 매화가지 아래에 버려졌던 갓난 아이가 평민들을 구하는 의적에서 나라의 운명을 수호하는 전설적인 영웅 일지매로 변모...
글쓴이 평점  



이준기의 <일지매>를 보고 비교하기 위해 정일우의 <돌아온 일지매>를 봤다. 

황인뢰 감독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아마 한 두 작품 봤을까? 그나마 어떤 작품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래도 영화를 공부할 즈음에는 손꼽는 장인이었다. 아마 이 작품이 나왔던 시기에도 그런 기대를 한몸에 받았음직하다. 이 드라마를 이제야 뒤늦게 보면서도 그런 기대가 조금은 있었다. 


영상부문 특히 구도와 카메라 움직임, 미장센, 미술 등 시각면에서는 <일지매>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나다. 심지어 <일지매>의 보조출연자들의 허둥대는 동선과 비교하면 이 드라마에선 상당히 공을 들였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재미가 없다. 패착의 요인은 당장 몇 가지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현대에서 과거로 넘어가는 설정, 그리고 나레이터인 '책녀', 구성에 있어 매회 갈등 구조를 뚜렷하게 부각시키지 못했던 점을 들 수 있겠고, 이런 문제들의 근저에는 만화와 드라마의 매체의 차이를 고려하지 안았다는 문제가 있다. 


만화 역시 서사를 다루고 있고, 서사는 Time based art임에는 틀림없지만, 만화와는 달리 드라마는 엄연한 시간과 회차의 제약이 있다. 주어진 60분 안에 문제를 제시하고 해결하고 또 다른 갈등으로 시청자들을 이끌어야 하지만 <돌아온 일지매>의 경우에는 이러한 호흡이 뚝뚝 끊기고 만다. 앞부분 일지매가 태어나는 부분에서는 성인이 된 일지매의 장면과 오가느라 호흡을 끊어 놓더니, 청나라로 건너간 뒤에 청년이 되기까지 전개되는 사건들이 어떤 일관된 갈등 구조를 만들지 못한다. 


배우들의 연기도 마찬가지다. 왜 그렇게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축 처져있는지 1.5배속으로 돌렸을 때의 대사가 가장 듣기 좋았다. 거의 대부분의 배우들이 그랬다는 점에서 이건 배우들의 문제가 아니라 연출의 문제다. 그럼에도 여러 조연들의 연기는 역시나 탄탄하고 안정됐다. 강남길, 그리고 차돌이 역을 맡은 아역은 그나마 착 가라앉은 극의 부표 역할을 했고, 정혜영의 캐릭터는 상당히 어려웠을 텐데 안정되고 폭넓게 이어졌다. 박근형은 말할 것도 없고. 그들의 연기가 감정을 자아내지 못하는 이야기가 아쉬울 정도다. 


워낙에 시나리오에서 나쁜 점을 말하기란 쉬운 것이라 가능하면 장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그 장점을 잘 살려주는 것이 연출이고, 그것에 반응해 약점들을 무마하고 넘어갈 수 있는 것이 콘텐츠의 특성이다. 하지만 이런 작품을 보면 흔히들 얘기하는 드라마의 정석에 안주하는 것은 '안주'라고 말하기에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중요한 요소들이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든다. 


일주일 내내 상당히 힘겹게 본 드라마이긴 한데, 역시 '이야기'의 힘이 그런 것인지. 막판에 가면 한 사람, 한 사람 최후를 맞는 모습을 보면 일견 짠한 마음도 들긴 했다. 그래도 24부에 훌쩍 시간을 뛰어넘어 지지부진한 서사를 이어가는 것은 역시나 아쉬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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