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드라마

바람의 화원

자카르타 2014. 3. 24. 20:35


바람의 화원

정보
SBS | 수, 목 21시 55분 | 2008-09-24 ~ 2008-12-04
출연
박신양, 문근영, 류승룡, 배수빈, 임지은
소개
조선시대 가장 유명한 풍속화가 김홍도와 신윤복!! 김홍도는 '서당'과 '씨름'등의 생동감 넘치는...
글쓴이 평점  



문근영은 미스캐스팅이다. 그건 문근영이 연기를 잘했느니 못했느니, 와는 전혀 상관없는 얘기다. 이야기를 재밌게 만들려고 했다면 문근영이 아니라 다른 인물을 캐스팅했어야 했다. 


처음 앞부분은 상당히 재밌었다. 이런 드라마도 있나, 싶었다. 문근영의 연기는 최고였다. 아마 시나리오만 봤더라면 도대체 주인공이 누구인지 의문이 들었을 게다. 단원도 주인공이라고는 하지만 단원에 비해 윤복은 철저하게 수동의 인물이다. 그나마 자신의 예술세계에 대한 순진한 고집과 형에 대한 우정을 꼽을 수 있겠는데, 이런 얕은 캐릭터를 그만큼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은 문근영이었기에 가능한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남장 여자가 주는 긴장, 단원과의 사제 라인이 주는 긴장과 닷냥 커플의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에서 나오는 긴장을, 작품은 전혀 만들어내고 있지 못한다. 좀 더 섹시한 여배우로 갔더라면 어땠을까? 


다른 플롯도 문제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갈등이 뭔지 모르겠다. 정조와 정순왕후의 갈등, 단원 윤복과 김조년의 갈등, 정향과 김조년의 갈등들이 있을 텐데. 드라마에서는 중반까지 어진화사를 통해 정조측과 정순왕후측의 갈등을 단원 윤복 커플이 대리전을 뛰고 있는 양상이지만 이때 그 대리전의 상대가 뚜렷하지 않다. 아마 별제가 그 악역을 맡고 있을 텐데. 그 악역은 어진화사가 끝난 뒤에는 김조년으로 이동을 한다. 그리고 김조년과의 대립에서도 그다지 치명의 공격과 수비가 벌어지지 않고 사제간의 쟁투로 싱겁게 마무리 되고 만다. 


19화 <쟁투>편을 보자면 일단 승부를 좌지우지하는 자리에 이미 단원의 사주를 받은 호판이 앉아 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정조가 버티고 앉아서 단원과 윤복의 보호를 미리 선언한 상황이다. 앞에서 사제간의 화사 대결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고, 어떤 위험과 대가가 있는지를 여러 입을 통해서 계속 늘어놓고는 있지만 그다지 절절하게 와닿지 않는다. 그게 통한 건 그저 어진화사의 의미를 강요할 때까지 였다. 어진화사에 부자연스럽게 의미를 부여하고, 또 예진화사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뒤를 이어 마지막 클라이막스에까지 시청자들은 사제간 화사 대결의 의미를 설명듣게 만든 것은 확실한 판단 착오다. 아무튼 호판과 정조라는 보호막을 친 것도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것이긴 했지만, 무승부가 곧 김조년의 몰락이 되고 마는 것은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다. 무승부도 승부의 일부일 텐데 김조년이 판돈의 두 배를 물 필요는 뭐가 있을까? 그냥 판돈만 돌려주면 되는 것 아닌가? 


이 드라마의 후반은 이런 오류들,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 설정, 인물들의 어설픈 판단들이 이어진다. 자연히 극의 몰입을 방해하고 재미를 현저하게 떨어뜨린다. 시간의 문제였을까? 아마 그런 영향도 크지 싶다. 초반에 너무 재밌어서 인터넷 기사를 살펴보았더니 후반에는 쪽대본이 이어졌다고 한다. 역시나 왜 있는지 목적이 불분명한 씬들이 여럿 있었고, 아니면 그저 상황을 설명해주려는 대사로 범벅이 된 씬들이 이어졌다. 초반에 보여졌던 촘촘히 짜여진 플롯은 뒤에서는 전혀 볼 수가 없었다. 6부인가 부터 타이틀에 등장한 윤색 작가도 그런 상황을 반증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좀 더 고민이 필요했던 지점들도 보인다. 문근영 캐스팅도 그런 차원의 것이었고, 중요한 갈등을 구축하기 위해 인물들을 배치하는 고민도 필요했으리라. 


초반에 너무 재밌어서 작가를 찾아봤더니 마침 학교 후배였다. 오랜만에 이렇게 작품을 통해 그 이름을 듣게 되는 건 정말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좀 더 고민하고 수정할 시간이 주어졌더라면 더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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