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자체는 사골이다. 우리고 우려낸 이야기. 악령이 깃든 집에 이사갔다가 귀신이 씌인다는 얘기. 이 영화가 2005년도 영화이니 최근 <컨저링>도 그렇고 그 무슨 영화였더라? 공포 소설을 쓰기 위해 이사를 갔다가 봉변당하는 얘기도 그렇고, 귀신들린 집이란 소재는 부단히 우려내고 있는 이야기다. 요즘 이사 때문에 골머리를 썩으면서 더욱 느끼는 건데, 집이라는 게 그런 것 같다. 삶의 뿌리랄까? 집이 흔들리면 삶의 뿌리까지 흔들리는 것 같다. 그만큼 공포 소재에 적절한 것도 없겠지.
식상한 소재이기도 하고 풀어나가는 방식도 같은 소재 다른 영화와 별반 다를 것이 없기는 한데, 양아버지와 자녀들의 서먹서먹한 관계, 신경전이 새집을 장만하느라 겪는 스트레스와 맞물리면서 적절하게 공포심을 유발한다. 아마도 이 영화가 나왔을 때 봤을 텐데 전혀 기억나지 않았듯이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듯. 아, 지금 다시 보면서 반가웠던 것은 여자 주인공이 <트라이앵글>의 맬라니 조지였다. 내가 손꼽는 공포영화 중 하나다. 그 뒤의 <론니 투 플래닛>인가? 그 영화를 포함해서 필모그라피를 보면 아예 호러 전문으로 나서려고 작정한 것 같다. 시나리오 선구안이 과히 나쁘지 않은 듯 해서 이 여자가 출연한 영화를 쭉 살펴볼 생각이다. 대여섯살 먹은 클로이 모레츠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다시 집을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면 어떤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까? 요즘 문제가 되는 젠트리피케이션을 귀신들린 집과 연결지어서 만들 수는 없을까? 실제로 사람 잡아먹는 집이라 영화는 덜 무서우려나? 사회 현상과 서사를 잘 융합해 내는 것이야 말로 시적 상상력이겠다. 생각해볼 만한 지점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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