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

허쉬

자카르타 2016. 6. 7. 22:31





외딴집의 살인마라는 소재에서 더 이상 어떤 얘기가 나올 수 있을까? 그럼에도 이런 얘기들이 계속 만들어지는 이유는, 내가 조심해도 불행은 피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뿌리 깊은 불안을 건드리기 때문인 듯 싶다. 어느 정도 소구력이 있는 이야기이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창작자들은 '익숙한 새로움'을 만들어 내야 하는 이중고를 겪는다. <뎀>은 실화라는 위상을 강조해야만 했고, <유 아 넥스트>는 무기력했던 주인공 캐릭터에 여전사의 이미지를 씌워 변화를 꾀했지만 오히려 그때문에 긴장감이 확 줄고 말았다. 

<허쉬>는 기존 설정을 좀 더 강화하는 쪽을 선택한다. 주인공은 청각을 잃어버려 들을 수도 소리를 지를 수도 없는 처지다. 창문 밖에서 친구가 칼에 난자당해도, 바로 뒤에 살인범이 다가와도 주인공이 전혀 낌새를 채지 못한다. 이 때문에 살인범은 고양이가 쥐를 가지고 놀 듯, 주인공을 더 괴롭힐 생각을 하고 그 때문에 이야기는 더욱 긴장감을 자아내게 된다. 물론 마지막 결말의 열쇠도 그 약점에서 비롯된다. 

넷플릭스는 언젠가 구색이 갖춰지겠거니 해지 않고 한 달에 두어 편만 보는 중이다. 간혹 이렇게 기대하지 않고 봤다가 괜찮은 작품을 건지기도 한다. 냉장고를 부탁해처럼 뻔하고 식상한 소재를, 너무 감칠맛 나는 작품으로 만든 재주가 신기해 누군가 하고 봤더니 <오큘러스>의 감독 마이크 플래너건이다. 이 역시 거울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끝까지 밀어부치는 연출력이 돋보였던 작품이다. 이번에 <썸니아>가 개봉했다는데 찾아봐야겠다. 오랜만에 공포 영화의 또 다른 재간꾼을 만나게 된 듯. 아, 그러고 보니 내가 좋아라 하는 <트라이앵글>의 감독 크리스토퍼 스미스는 뭘 하고 있을까, 지금 살펴보니 그 사이 영화도 꽤 많이 찍었네. 오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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