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핑이나 스키를 전혀 모르면서도, 곧잘 사는 게 서핑 같다는 생각을 한다. 예고 없이 밀려오는 파도에 때로는 휩쓸리기도 하고, 물에 잠기기도 하지만, 그러다보면 보드 위에서 즐기게 되기도 하고, 버티는 시간도 점점 늘어나기도 하고. 파도에 맞서는 게 아니라 그 힘에 올라타는 보더들의 유연함이 늘 부럽다.
상황과의 조화. 물이 밀려오면, 숨을 참고 물 밑에 들어가 머리 위에 부셔지는 파도를 보고, 다시 고개를 내밀고 숨을 쉬고.. 영화 초반 화면을 가득 채운 쪽빛 바다와 낸시의 움직임은 조화롭게 리듬을 탄다. 그리고 그 완벽한 리듬이 깨지면서 영화는 숨가쁘게 진행된다.
식인 상어, 만조 때 잠기는 바위섬, 그 섬에 갇힌 여자. 타인에 의한 구출 기회는 세 번. 그 중의 두번이 피바다를 만들고 끝나 버리자, 주인공은 제 몸을 모두 건 승부에 나선다.
그 흔한 복선도 없이, 오로지 먹으려는 놈과 먹히지 않으려는 자의 싸움으로 묵직하게 끌고나가는 힘이 좋다.
피어싱, 수영복, 갈메기, 카메라, 부표... 몇 개 안 되는 소품, 캐릭터를 알뜰살뜰하게 활용하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