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들이 지구 사람들을 그야말로 띄엄띄엄 본 것이 틀림없다. 어쩌자고 미래를 볼 수 있는 혜안을 준 것일까? 미래가 어찌될지 알게 된다고, 사람은 지혜로와질까? 맞닥뜨린 물음표에도 전쟁 직전까지 치닫게 한 의심과 이기심은 어찌할까? 간신히 첫 시험은 통과했지만, 불행을 감지한 다른 센서들은 루이스처럼 그 고통을 감내하려고 할까? 그 고통이 자식을 만난 기쁨과 같은 보상이 전혀 없을 때에도? 어쩌면 외계인들이야 말로 이 영화에서 가장 이기적인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3천 년 뒤, 자신들을 도울 역량을 기르게 하기 위해, 3천 년짜리 불화의 씨앗을 전해준 것일지도.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고통을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이 혼란스럽다. 이게 인생인데 어쩌겠냐 싶기도 하고, 그럼에도 뭔가 해야하지 않아? 채근하는 것 같기도 하다. 답은 모르니까 부딪혀봐. 막상 돌진한 뒤에는, 그런데 애초에 답이란 건 없어 시미치 뗀다. <블레이드 러너 2049>는 또 어떤 선문답을 늘어놓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