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

사일런싱

자카르타 2021. 2. 14. 21:34

(스포일러 가득)

해 아래 새 것이 없기 때문에 클리셰를 쓰는 것 자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일런싱>는 심각한 오용의 사례가 될 듯 하다.

 

국립공원 관리인인 주인공은 몇 년 전 딸을 잃어버리고 생사를 알 수 없다. 그리고 최근에 국립공원 내에서 발견된 소녀의 시신과 억류 중 탈출한 소녀를 보면서 자기 딸의 문제와 연관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사건을 파고 든다.

이 또한 흔한 설정이지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오히려 대부분의 시청자와 창작자들이 갖고 있는, '새로움'과 '비틀기'에 대한 강박이다.

 

중반까지 보안관의 동생이 범인일 수 있다는 떡밥만으로도 충분했는데, 영화는 거기서 한 번 더 무리수를 둔다. 기존의 선택지에서 벗어난 인물을 범인으로 지목하는 것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해도, 그의 동기와 범행의 내용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일찍 여읜 딸을 대신하기 위해서 또래 여성들을 납치한다는 설정과 이들이 소리내지 못하도록 성대를 제거하면서 학대하는 것 그리고 이들을 사냥하는 것이 도무지 이어지지가 않는다. 특히 사냥을 즐기기 위해서 위장복을 입고, 자기만의 무기를 만든다는 내용은 더더욱.

 

모르는 바는 아니다. 처음에 인간 사냥꾼의 모티브와 딸을 잃은 아버지의 이야기, 그리고 살인범이라도 동생을 지키고 싶은 보안관 캐릭터에 끌렸으나, 이를 봉합하는 과정 그리고 좀 더 새로운 결과에 대한 강박이 이런 무리수-앞의 설정을 의심케 하는 무리수를 두게 만들었을 게다.

 

설 연휴에 본 넷플릭스의 영화 두편이 이런 무리수를 보이는 것도 흥미롭다. 새로운 이야기의 스타일일지 아니면 폐기될 실험으로 그칠지 두고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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