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 통신

드니 빌뇌브의 작품을 보면 미로가 떠오른다. 다른 서사들이 주변의 다른 서브 플롯들을 휘감으면서 마지막 종착지로 질주하는 것과는 달리, 그의 작품은 출구를 향한 집념도 드러내지 않고 미로 속을 거닌다. <프리즈너스>에서 미로를 그리던 남자는 어쩌면 서사를 창작하는 드니 ..

왜 이 영화는 페이크다큐처럼 주인공의 카메라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을까? 앞부분은 상당히 거슬렸다. 주인공이 카메라에 집착하는 이유도 마뜩치 않았다. 주인공이 텔레파시 달리를 시전하고 서브플롯을 다른 여자의 카메라로 진행할 때는 작위가 더 두드러졌다. 왜 주인공이 ..

말이 모호함 때문에 더 풍성한 의미를 지니듯이 비유도 그렇다. 상이한 구조 안에서 유사성을 발견하는 은유는 그 상이함의 간극이 크면 클수록 그 안에서 더 큰 상상력이 자라게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나니아 연대기>는 판타지임에도 그다지 상상력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예수 그..

사람들이 예수께 물었다. "천국이 어디에 있습니까?" "천국은 너희 가운데 있다." 저 피안의 세계인 하늘 나라가 속세에 붙들려 있는 '우리' 가운데 있다는 말씀은 아마도 큰 충격으로 다가왔을 거 같다. 그러나 이후 이 말씀에 대한 해석은 집요하게 이 속세에 속한 '하늘 나라'를 다시 천..

살인 현장 벽에 피로 쓴 글자 '분노'가 있었다. 살인범은 성형으로 얼굴을 바꾸면서 일년 반이 지나도록 도주를 이어가고 있다. 공개수배 방송 후에 살인범을 목격했다는 제보가 쏟아진다. 저기 오키나와 남쪽 바다 쪽에서도 후쿠오카에서도 도쿄에서도. 모두 오른쪽 뺨에 세 개 연이어 ..

2012년인가? 문화콘텐츠진흥원에서 주최하는 어떤 공모전에 냈다가 떨어진 적이 있다. 그때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 이 책이다. 당연하다. 얼마나 잘 썼나 보자는 심사로 봤다. 그래 봤더니 어땠냐고? 흠... 초반은 대단하다. 발신일이 10년 전인 편지가 세계 곳곳에 배달되면서 세계의 부호들..

이 작가의 최고는 아무래도 세계사 시리즈인 듯 싶다. <...통계학>이나 앞서 읽었던 <...미적분>도 그렇고 단순 명쾌하게 설명을 하려고 하지만 위트와 설명이 따로간다는 느낌이다. 이 책은 확률로부터 시작해서 통계로 이어진다. 제목이 '통계'인지라 통계의 여러 개념들에 대해..

사도가 영조를 죽이기 위해 칼을 뽑아든 순간, 사도는 어린 세손(훗날 정조)이 영조에게 하는 얘기를 듣는다. ‘사람이 있고 예법이 있는 것이지 어떻게 예법이 있고 사람이 있겠습니까?’ 자유롭게 하늘로 솟구치는 화살을 보면서 ‘얼마나 떳떳한가’라며 부러워하던 사도는 이 얘기를 ..

인형은 왜 살해되는가 저자 다카기 아키미쓰 지음 출판사 검은숲 | 2013-01-0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에도가와 란포, 요코미조 세이시와 함께 일본 추리소설의 부흥기를... 글쓴이 평점 아마 작년에 <파계재판>을 재밌게 읽고 주문한 것 같은데, 책 뒤의 저자 소개를 읽기 전에는 까..

주로 장르 영화들이 그런데, 장르 영화의 공식에 충실하게 따른 거라 플롯의 전개는 별로 새로울 것이 없지만 그 소재와 에피소드들이 재밌어서 도대체 리서치를 얼마나 한 것인지 의문이 드는 영화들이 있다. 마치 보금은방에 가서 세공 전과 세공 후의 금무게를 달아보는 것처럼.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