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은 오래 전 함께 시 수업을 듣는 학생 하나가 쓴 시구가 잊히질 않는다. ‘덧니 같은 스무 살.’ 시를 쓰는 재주는 고사하고 시에 대한 감별력도 없지만, 그 시구만은 참 대단해 보였다. 덧니와 스무살. 따지고 보면 딱히 인과관계가 없는 그 둘 사이의 먼 간극에는 스무살을 떠올리게 하는 많.. 리뷰/영화 2017.01.31
두들 레벌루션 정보 디자인 혹은 비주얼 씽킹을 ‘낙서 doodle’로 다루면서 문턱을 없앤다. 1장부터 2장까지는 (분량으론 5분의 1, 장 구분으로는 3분의 1) 낙서가 어떻게 정보 인지 과정에 유용한지 설명한다. 작가도 말했듯이 본론은 3장부터다. ‘정보 낙서’를 ‘개인 정보낙서’ ‘퍼포먼스’ ‘집단 .. 리뷰/책 2017.01.30
The Autopsy of Jane Doe 죽었으나 죽지 않은 마녀라…. 설정이 재밌네. 이걸 한국 버전으로 옮기면 어떻게 될까? 어느 궁터에서, 혹은 절집터에서 여자 미이라가 발견되고… 아 그러면 <미이라의 저주>가 되는 건가? 안 될 것도 없겠다. ‘미이라’에 대한 이야기는 한국 영화에서 다루지 않았던 거니까. 원한.. 리뷰/영화 2017.01.29
신비한 동물사전 잘 감춘다. 크레덴스가 옵스큐러스의 숙주라는 걸 감춘 과정을 곱씹어 본다. 옵스큐러스의 숙주는 10살을 넘기지 못한다는 대사가 있었고, 크레덴스의 여동생 모데스티가 부르는 음산한 노랫말이나 오빠 크레덴스가 학대를 당하거나 무시당할 때의 모데스티의 반응샷은 모데스티 내면에.. 리뷰/영화 2017.01.28
판도라 김명민을 의롭게 만들기 위해서 만든 허들은 너무 낮았다. 원자로를 식히기 위해서 해수를 쓰게 하는 정도로 김명민은 쉽게 대통령으로서의 권위를 회복한다. 김기춘을 연상케 하는 실세 실장을 등장시키면서까지 현실을 꼬집으려고 하지만, 이제는 5천만이 익히 아는 사실을 더듬는 정.. 리뷰/영화 2017.01.27
나, 다니엘 블레이크 십여 년 어머니와 떨어져 살다가 다시 모시게 된 후 처음 이사 간 집은 엉망이었다. 도배하던 사장님 부부는 도처에 손가락만한 바퀴벌레가 우글거린다며 질겁했고, 반지하라 거실보다 50센티는 높았던 화장실은 벽 두 개가 곰팡이로 시커멨다. 어머니를 위해 황토 두 부대를 사다가 화장.. 리뷰/영화 2017.01.15
밀정 언젠가 그런 상상을 한 적 있어. 일본 경찰로 살았지만, 실은 독립군을 도왔던 거지. 그런데 이 사실을 알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 죽고 해방을 맞아. 그가 일본 앞잡이였다는 사실만 가지고 법의 심판을 받게 되었다면 어떨까? 그때 이런 상상을 하게 된 계기가, 어느 누가 자신의 친일 행적.. 리뷰/영화 2017.01.09
The Shallows 서핑이나 스키를 전혀 모르면서도, 곧잘 사는 게 서핑 같다는 생각을 한다. 예고 없이 밀려오는 파도에 때로는 휩쓸리기도 하고, 물에 잠기기도 하지만, 그러다보면 보드 위에서 즐기게 되기도 하고, 버티는 시간도 점점 늘어나기도 하고. 파도에 맞서는 게 아니라 그 힘에 올라타는 보더.. 리뷰/영화 2016.10.02
사냥 시나리오를 쓰다보면 '왜'라는 질문을 많이 듣게 된다. 쓰고보니 비단 시나리오만은 아닌 것 같다. 기획하고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왜'라는 질문은 꼭 듣게 되는 것 같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쉽지 않다. 서사가 인과관계의 맥락이라는 레일 위를 달리는 기차이기는 하지만, .. 리뷰/영화 2016.08.28
검은수첩 사진이 너무 옹졸하다. 하지만 사진이 없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별로 없는 모양. <미스터리의 계보>에서 마쓰모토 세이초를 만난 후 두 번째 책이다. 요즘은 잘 안그러는데 한창 조급증에 걸려 있을 때는 책을 보면 작가연보를 살피곤 했다. 이 작가는 몇 살에 데뷔했나? 스무살 무.. 리뷰/책 2016.08.05